[TV리포트=김수정 기자] 거장 감독들이 돌아온다. 자신만의 단단한 작품세계를 굳히며 한국영화의 토양을 풍성하게 다진 박찬욱, 나홍진, 김지운 감독이 차기작을 들고 컴백한다. 관객 수와는 별개로 한동안 작품성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충무로였기에 이들의 귀환이 유독 반갑다.
# “칸느박의 귀환”…’아가씨’ 드디어 박찬욱, 역시 박찬욱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모호필름·용필름 제작)로 6월 초 관객을 찾는다. ‘아가씨’는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백작에게 고용돼 아가씨의 하녀로 들어간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관계를 관능적으로 그려낼 전망.
무엇보다 배우들의 변신이 눈에 띈다. 인물들 사이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사기꾼 백작 역의 하정우와 아가씨의 후견인 역을 맡아 노인 분장에 나선 조진웅의 파격 변신이 기대감을 높인다. 특히 강혜정, 이영애, 김옥빈 등 매 작품 여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 박찬욱 감독인 만큼 김민희와 김태리에게 어떤 아우라를 끄집어냈을지 기대를 모은다. 김민희는 사연을 감춘 아가씨의 비밀스러운 매력을, 신예 김태리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이중적 매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두 사람이 펼칠 동성 베드신은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은 부분.
# ‘곡성’…청불 딱지 뗀 나홍진
‘추격자’와 ‘황해’ 단 두 편의 영화로 충무로에 자신의 존재감을 깊이 새긴 나홍진 감독은 6년 만에 ‘곡성’으로 돌아온다. 5월 12일 개봉을 확정 지은 ‘곡성’은 섬뜩하고도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로 일찍부터 입소문이 돌았던 작품이다. 어마 무시했던 시나리오와는 달리 정작 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아 다른 의미로 예비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나홍진 감독의 자신감도 남다르다. 나홍진은 ‘곡성’에 대해 “기존 장르 영화라고 규정짓는 것 안에서 변종 장르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5세 관람가 판정이라는 반전(?)에 대해서는 “될 수 있으면 직접적인 묘사를 피했다”라고 밝히기도. ‘곡성’은 ‘아가씨’와 함께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여부를 놓고 기대가 쏠리고 있는 작품. ‘곡성’은 순도 높은 예술영화보다 상업영화에 가깝다고 하니 나홍진만의 밀도 높은 장르적 아우라가 대중과 어떤 식으로 호흡하게 될지 기대감을 높인다.
# 장르적 쾌감x대중성의 마술사…’밀정’ 김지운
김지운 감독은 영화 ‘밀정’으로 올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 주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 말까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무려 105회차에 걸쳐 숨 가쁘게 촬영했다. 워너브러더스가 투자하는 첫 한국영화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장르적 쾌감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한 김지운 감독. 그가 혼돈의 시대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이라는 묵직한 스토리에 자신만의 영화적 DNA를 어떻게 투영했을지는 ‘밀정’을 기대케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송강호와 공유의 만남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지운 감독과 네 번째 협업인 송강호는 의열단의 정보를 캐는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을, 공유는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을 연기했다. 두 사람의 첫 호흡에서 쏟아질 날것의 케미와 매번 배우들의 가장 드라마틱한 얼굴을 뽑아낸 김지운이 빚어낼 화학작용이 ‘밀정’을 향한 기대감을 더욱 부추긴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아가씨’, ‘곡성’, ‘밀정’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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