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였다. 영화 ‘곡성’에 관객들의 평가가 뜨겁게 갈리고 있다.
지난 5월 3일 언론시사회 직후 평론가와 언론의 호평이 쏟아지며 ‘곡성’을 향한 관객들의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다. 그 열기에 ‘곡성’은 11일 전야 개봉만으로 보름간 독주를 펼치던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를 꺾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나홍진 감독 인생작이다”, “역시 나홍진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건 영화가 아니었다”라는 호평과 “찝찝함을 돈 주고 샀다”, “이게 어떻게 15세 이상 관람가냐”, “이게 뭐야” 등의 원망 섞인 반응도 눈길을 끈다.
특히 영화의 파격적이고도 모호한 엔딩에 객석이 웅성거리는 진풍경도 펼쳐지고 있다. “내가 뭘 본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누가 범인이냐”, “156분을 또 봐야 하냐”라며 관객들이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도 속속 들린다.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로 한대 얻어맞은 듯 얼얼한 충격을 안기며 강렬한 데뷔식을 치렀다. 차기작 ‘황해’로는 타협 없는 폭력성으로 관객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곡성’은 15세 이상 관람가가 증명하듯, 표현 수위만 놓고 보자면 전작들에 비해 애교 수준이다. 하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담론과 세계관은 훨씬 묵직하고 무시무시하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결말도 관객의 반응이 갈리는 데 힘(?)을 보탰다.
나홍진 감독은 최근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워낙 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야기만큼은 재밌게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 장면 관객들의 긴장도를 예상하며 완급 조절을 했다. 영화의 초반 웃음 포인트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곡성’은 서로 다른 해석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감독의 의도대로 벌써 관객들은 ‘곡성’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며 토론 중이다. 반전이 뭐냐, 그래서 주인공이 죽냐 안 죽냐 식의 1차원적 반응보다 다소 거칠더라도 다채로운 평이 쏟아지는 편이 훨씬 흥미롭다. ‘추격자’, ‘황해’에 이어 또 다른 문제작을 탄생시킨 나홍진 감독. 그가 풀어놓은 미끼를 문 관객들의 격렬한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오고 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곡성’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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