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박찬욱의 ‘아가씨’, 파격의 145분이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아가씨'(박찬욱 감독)이 14일 오전 8시 30분(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 스크리닝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아가씨’는 ‘올드보이'(심사위원 대상), ‘박쥐'(심사위원상)에 이은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칸영화제 경쟁 진출작이다. 한국영화로는 ‘돈의 맛'(임상수 감독), ‘다른 나라에서'(홍상수 감독)의 이후 4년 만의 칸 경쟁 초청이다.
영화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아가씨를 둘러싼 하녀, 백작, 후견인의 서로 속고 속이는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15년간 감금된 남자(‘올드보이’), 살인 복역 후 복수를 꿈꾸는 여자(‘친절한 금자씨’0, 뱀파이어가 된 신부(‘박쥐’) 등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들을 탄생시켜 온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를 통해 예사롭지 않은 주인공을 무려 4명이나 창조했다. ‘아가씨’는 박찬욱의 영화 중 가장 많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다.
이들 4인의 엇갈린 목적과 비밀, 사랑과 욕망이 팽팽하게 충돌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시선과 시점이 교차되며 밝혀지는 인물들의 속내는 14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한다. 영화 전체를 가득 채우는 관능의 기운도 숨통을 쥐고 흔든다. “아름답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미쟝센과 곳곳에 녹아든 블랙 코미디도 제법 타율이 높다. ‘박쥐’에 이어 두 번째로 박찬욱과 호흡을 맞춘 김해숙의 서늘한 카리스마도 소름 끼친다.
김민희의 얼굴 잔근육까지 쓰는 표정 연기나 극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는 역대 그가 보여준 연기 중 최고다. 이제 김민희에게서 아우라가 느껴진다. 조진웅의 그로테스크한 변신과 하정우의 장기를 살린 능구렁이 연기도 일품.
특히 김민희와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김태리가 펼치는 동성 베드신은 파격 그 자체다. 오디션 공고부터 “노출 수위 협의 불가”라고 밝힌 만큼, 충무로에서는 전에 없던 정사신으로 관객의 정수리를 내리친다. 김민희, 김태리의 열연에 객석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올 정도다. 표현 수위나 내용 면에서66회 칸영화제 수상작인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직접적으로 떠오른다.
과연 이 파격적인 작품에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어떤 식으로 응답할지 기대를 모은다. 국내 개봉은 6월 1일이다.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아가씨’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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