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아가씨'(박찬욱 감독, 모호필름·용필름 제작)가 오늘(1일) 개봉했다. 한국 상업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동성애를 전면으로 다루며 제작 단계부터 문제작 탄생을 예고했던 ‘아가씨’.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전혀 다른 반응들이 눈길을 끈다. 어찌 된 일일까.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된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하녀 숙희(김태리), 사기꾼 백작(하정우), 아가씨의 후견인인 코우즈키(조진웅) 네 사람이 돈과 마음을 빼앗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번 작품은 오디션 당시부터 “협의 불가 수위”의 노출을 예고한 만큼 김민희, 김태리가 선보일 동성 베드신에 온 화제가 쏠렸다. 특히 아직까지는 동성애에 보수적인 국내 관객들이 두 여배우가 펼칠 파격적인 베드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감독과 배우들의 우려가 컸던 대목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걱정했던 바와 전혀 다르다. 포털 사이트 리뷰, SNS 등을 살펴보면 이상하다 싶을 만큼 두 배우의 노출에 대한 언급이 없다. 격렬하게 호불호가 나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던 셈. 베드신보다 촘촘하게 얽힌 드라마와 반전,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미쟝센에 대한 호평이 줄 잇는다. 호불호는 예상과 달리 동성애 코드가 아닌 박찬욱식 블랙 코미디에서 나뉘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물론 온라인상의 관객 반응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뱀파이어가 된 신부를 소재로 한 박찬욱 감독의 전작 ‘박쥐’가 개봉과 함께 평점 테러까지 당하며 평이 엇갈렸던 것을 떠올려 보면 ‘아가씨’의 관객 반응은 더욱 의외다.
이는 ‘곡성’의 흥행에서도 볼 수 있듯, 소재에 대한 관객들의 넓어진 수용력의 방증이기도 하다. 또, 동성애를 낯선 사랑으로 그리지 않은 박찬욱 감독의 사려 깊은 연출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특히 ‘아가씨’에는 동성애 소재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성(性)정체성에 대한 갈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자리를 사랑에 빠진 이들이 느끼는 환희, 질투, 토라짐, 한숨으로 채운다. 숙희(김태리)가 히데코(김민희)의 이를 은골무로 갈아주는 장면이나, 히데코가 숙희에게 “넌 내가 다른 이와 결혼했으면 좋겠니?”라고 쏘아붙이는 순간에서 관객은 사랑에 빠졌을 때 스스로의 모습을 투영해 몰입하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같은 성(性)끼리 이래도 되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차별받는 영화도 물론 재밌지만, 성에 대해 신경 안 쓰고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관객들의 의외(?)로 얌전한 반응은 흥행에 어떻게 작용할까. 일단 시작은 좋다. ‘아가씨’는 개봉 당일인 오늘 예매율이 50%까지 치솟으며 청신호를 켰다.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아가씨’, 과연 얼마큼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아가씨’ 포스터 및 스틸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