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개봉 16일 만에 2만 관객을 돌파하며 다양성 영화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 ‘우리들'(윤가은 감독, 아토 제작). 이 작은 영화가 관객들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1. 그 때 그 시절을 고스란히 재연한 피구 장면
‘우리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장면은 오프닝의 피구 장면이다. 가위 바위 보 소리와 함께 피구 편을 나누는 아이들의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주인공 선의 클로즈업 장면은 ‘우리들’의 백미이다. 체육시간이면 꼭 진행했던 피구 경기는 아이들 사이의 복잡한 권력 관계와 소외감 등 모두가 한번쯤 겪었던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관객들에게 진한 향수를 자극한다.
#2. “애들이 일 있을게 뭐 있어, 그냥 학교 가고 공부하고 친구들하고 놀고 그럼 되는 거지”
두 번째 ‘우리들’의 명장면은 어른 관객들의 마음을 뜨끔하게 만들며 주목받고 있다. 학교에서 외톨이로 소외 당하고 있는 선이의 마음을 모르는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 무심하게 “애들이 일 있을게 뭐 있어, 그냥 학교 가고 공부하고 친구들하고 놀고 그럼 되는 거지”라고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상은 때로는 어른보다 복잡미묘하고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과도 같은 잔인한 세상이다. 아버지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이 대사는 마냥 순수할 것이라 지레 판단했던 아이들의 치열했던 세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고, 잊고 있었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3. “그럼 언제 놀아?”
주인공 선의 남동생 다섯 살 윤 역을 맡아 깜찍한 외모와 당돌한 말투, 자유로운 영혼 연기로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키는 심(心)스틸러 윤은 영화의 말미, 강력한 마법과도 같은 해답을 전한다.
친구와 싸우고 돌아와 얼굴에 멍이 잔뜩 든 윤을 보고, 누나 선이 혼을 내자 윤은 특유의 무신경한 말투로 “그럼 언제 놀아?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친구가 때리고, 나 그냥 놀고 싶은데…”라고 대답한다. 저절로 관객들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 장면은 관계에 서툴고, 사람에 멍든 우리들의 마음에 속 시원한 한방과 한 뼘의 용기를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우리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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