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아수라’, 충무로에 두 번 없을 역대급 캐스팅이다.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아수라'(김성수 감독, 사나이픽처스 제작) 제작보고회에는 김성수 감독을 비롯, 배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이 참석했다.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불교의 오래된 6도 설화 중 하나인 ‘아수라도’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혼란의 세계다. 이 곳에서 머무는 귀신들의 왕을 아수라라고 부르며, 아수라들이 싸우는 전쟁터를 아수라장이라고 부른다.
서로 물리고 물리는 인물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제목이다. 당초 제목은 ‘반성’, ‘지옥’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아수라판이네”라고 한 황정민의 한마디에 힌트를 얻어 지금의 제목이 됐다. 등장인물 전원이 악인인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살벌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자들’을 잇는 또 한 편의 수컷 청불 영화라는 점 역시 ‘아수라’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단연 캐스팅이다. 꿈의 캐스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충무로 ‘센’ 배우들이 제대로 뭉쳤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에 이어 김성수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정우성을 비롯, ‘검사외전’, ‘곡성’으로 물오른 흥행 감각을 자랑하는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까지 구매력과 연기력 모두 뒷받침되는 배우들이 뭉쳤다.
배우들의 호흡과 앙상블도 역대급이다. 이날 ‘아수라’ 배우들은 입을 모아 “촬영이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현장 분위기와 집중도, 호흡이 좋았다”고 말했다. 시종 화기애애한 간담회 분위기만 봐도 이들이 ‘아수라’ 현장을 얼마큼 즐겼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기싸움 걷어 내고 연기와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뭉쳤기에 가능했을 터.
김성수 감독은 캐스팅에 대해 “한 사람의 영화감독이 누릴 수 있는 인생의 호사가 아닐까 싶다. 쉽게 얻지 못할 기회다. 5명의 배우가 캐스팅됐을 때 정말 좋았고 부담도 됐다. 게다가 다들 성실했다. 특히 황정민, 곽도원은 지독한 연습벌레더라”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김성수 감독은 “어렸을 때는 모두가 꿈이 있잖아. 중년이 되면 어떻게든 생존하려고 하지 않나. 그 생존기를 서로 물고뜯는 악인의 세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힘없고 평범한 악당들은 더 거대한 악당들에게 이용당하고 고통의 아수라장으로 들어가는 걸 그리고 싶었다”라고 영화의 의미를 밝혔다.
이어 김성수 감독은 “실제 있을 법한, 이들이 진짜 활보하고 다닐 법한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모개 촬영감독이 정말 근사한 세계를 만들어줬다. 기대해도 좋다”라고 덧붙였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악랄한 변신에 나선 정우성은 생존형 비리 경사 한도경을, 황정민은 죄짓는 악덕 사장 박성배를 연기한다. 생애 첫 호흡을 맞추게 된 정우성과 황정민의 투샷이 기대를 모으는 대목. 두 배우의 전에 본 적 없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지훈은 의리와 충성 사이 줄을 타는 후배 형사 문선모를 맡아 야누스적 매력을 발산하며, 곽도원은 판을 짜는 독종 검사 김차인으로 악의 끝을 보여줄 전망. 정만식은 사냥개 검찰수사관 도창학을 맡아 만만찮은 연기 내공을 선보인다.
영화 ‘무사’ 이후 15년 만에 김성수 감독과 만난 정우성은 “오랜만에 만나니 정말 까탈스러워졌다. 연기를 편하게 하는 꼴을 못 보더라”라고 너스레를 떤 뒤 “다시 만나니 내가 그동안 왜 김성수 감독과의 작업을 좋아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라고 타협 없는 김성수 감독의 연출 세계에 대해 전했다.
또 정우성은 “위험한 액션을 내가 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감독님께서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이 배우가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었다. 대역이 하고, CG가 아닌 실질적인 충돌과 치열함을 관객들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대역 없이 진짜 액션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힘줘 말했다.
‘곡성’에 이어 황정민과 또다시 호흡을 맞춘 곽도원은 “분장할 때 정민이 형, 연습할 때 정민이 형, 실제 촬영할 때 정민이 형이 다르다. 실제 카메라가 돌아갈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배우가 현장에서 뭔가 해내려고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고받게 됐을 때의 기분은 굉장히 짜릿하다. 황정민 형과 연기했을 때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김성수 감독은 “악의 세계에 민주주의가 있는 건 아니잖나. 한도경(정우성)은 더 악랄한 악에 짓눌리는 인물이다. 평소 욕 한 번 안하고 착한 신사적인 정우성이 이러한 악인을 연기했을 때 더 돋보일 것 같았다”고 ‘아수라’가 그릴 악의 세계와 주인공 한도경에 대해 강조했다.
‘아수라’는 9월 28일 개봉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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