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터널'(김성훈 감독)은 1인 재난물을 힘있게 끌고가는 하정우의 연기력과 전작 ‘끝까지 간다’에서 보여준 김성훈 감독의 장르 비틀기 신공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 작품. 무너진 터널 안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는 정수(하정우)와 세상의 연결고리는 단 두 가지. 시한부 배터리의 휴대전화와 클래식 라디오 채널이 그것.
전자가 쌍방향이라면 후자는 일방향 소통. 특히 유일하게 주파수가 잡히는 라디오가 하필이면 클래식 라디오라는 점은, 작은 소재 하나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 김성훈 감독의 재능을 고려했을 때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법해 보인다. 팝송, 가요, 토크쇼 등 수많은 장르를 두고 왜 하필이면 클래식 라디오일까.
이에 대해 김성훈 감독은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컬투쇼’가 좋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컬투쇼’처럼 재밌는 프로그램이 내내 흘러나온다면 ‘터널 안에 있을 만 한데, 안 나가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딱 하나 허락된 라디오 프로그램이 하필이면 나른한 것, 익숙하지 않은 것, 늘 듣던 게 아닌 클래식이라면 재밌겠단 생각이 들더라”라고 설명했다.
“하필이면 지루한” 라디오는 점차 정수를 정서적으로 안정시킨다. 그중에서도 라디오 DJ는 정수에게 시종 긍정의 기운을 충전시켜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김성훈 감독은 “라디오 DJ는 정수가 아내 세현(배두나), 구조대원 대경(오달수) 외에 유일하게 듣는 목소리다.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듣고 목소리가 좋아 출연을 제안하게 됐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터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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