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밀정’은 김지운 감독의 인장이 곳곳에 스며든 영화다. 뜨거운 정서를 차갑고 스타일리시한 미쟝센 안에 담아낸 것이 그렇고, 오그라드는 대사 대신 눈빛으로 마음을 드러내는 인물들이 그러하다. 열차 시퀀스 역시 김지운의 장르물에 대한 애정과 타고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밀정’의 열차 시퀀스는 시나리오 초고에서는 없었던 장면. 김지운 감독이 각색에 참여하며 새롭게 추가된 장면이다. ‘김치 웨스턴’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전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에서도 경쾌한 기차 활극을 보여줬던 그는 ‘콜드 누아르’라 불리는 이번 ‘밀정’을 통해 또 한 번 오래 회자될 기차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이쯤 되면 기차 장인이라 불러도 무리없을 정도다.
‘밀정’의 열차는 폭탄을 싣고 상해에서 경성으로 향한다. 재밌는 점은 이 기차 시퀀스는 몇 가지 기시감을 함께 싣고 달린다는 것. 천만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였던 공유는 일본인 경찰 하시모토(엄태구)와 숨 막히는 추격전을 펼친다. ‘설국열차'(봉준호 감독)에서 꼬리칸에서 기차 앞칸으로 전진했던 송강호는 의열단 김우진(공유)과 하시모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열차 안을 배회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기시감이 있으니. 바로 마동석이다. ‘부산행’에서 공유와 함께 좀비를 맨손으로 제압했던 마동석은 ‘놈놈놈’에서 송강호와 함께 열차에 올라탄 바 있다.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의 부하 넘버3 곰으로 분했던 마동석은 범상치 않은 레게머리와 야성적인 의상을 입고 쇠망치를 들고 열차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공유 사이 의외의 연결고리인 셈.
김지운 감독은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마동석을 카메오로 출연시킬 생각은 없었나”라는 농담 섞인 질문에 “아트박스 사장으로 출연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김지운 감독은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마동석을 카메오로 출연시킬 생각은 없었나”라는 농담 섞인 질문에 “아트박스 사장으로 출연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김지운 감독의 농담이 현실이 됐다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예사 특별출연은 아니었을 것이 분명하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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