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부산=김수정 기자] “할리우드 진출,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셨으면….”
7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 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에는 이병헌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내부자들’, ‘밀정’, ‘매그니피센트 7’ 등 최근 1년간 숨가쁜 행보를 이어온 이병헌. 이날 오픈토크에서는 그의 연기 철학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애드리브, 믿고 보는 수식어, 할리우드에 대해 진솔한 생각을 전했다. 특유의 차분한 중저음 목소리로 전한 그의 이야기가 영화의 전당을 뜨겁게 달궜다.
그는 애드리브에 대해 “기본적으로 애드리브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애드리브는 순간의 공기를 바꾸는 힘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감독의 의도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내부자들’의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 할까”라는 애드리브에 대해서는 “그 대사 역시 장면 전체의 공기를 흐트러놓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웃음은 웃음대로, 그 신에서 가져가고자 했던 감정은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병헌이라는 배우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해달라는 부탁에 “아직까지 그럴 능력이 없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과 함께 한 ‘공동경비구역 JSA’에 대해 “처음으로 흥행 배우가 되고 나서의 기쁨 때문인지 몰라도 몰래 극장을 찾아 관객들과 영화를 보곤 했다. 한 서른 번 정도 보고 나니까 객관적인 영화로 보이더라”라고 회상했다.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날 이병헌은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아버지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크다”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어 이병헌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7년 됐다. 저희 아버지는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보다 더 영화광이었다”라며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TV 앞에 앉혀놓고 주말의 명화를 보여주며 배우, 영화에 대해 설명해줬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 못하는 상태에서 듣기만 했다”라고 털어놔 뭉클함을 자아냈다.
아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병헌은 아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출연작으로 ‘악마를 보았다’를 꼽아 웃음을 자아낸뒤 “지금은 아들이 TV를 봐도 5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니까 영화를 보여주는 건 꿈도 못꾸는 일”이라며 “영화가 뭔지 알고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틈만 나면 극장에 데려갈 것 같다. 우리 아버지가 내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라고 밝혔다.
이병헌은 인생작으로 할리우드 진출의 발판이 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꼽은 뒤 김 감독에 대해 “나를 가장 잘 아는 감독이다. 일장일단이 있다. 나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나를 바라보는 시각은 없을 수 있다. 방금 전까지도 김지운 감독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서로 또 다른 스타일의 영화로 다시 작업하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부산=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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