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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감독 “나도 결혼 전엔 몰랐다..이 터널들을”[인터뷰]

김수정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수정 기자] 막장 드라마에나 등장하는 시집살이나 드라마틱한 사건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은근한 소외감과 은근한 외로움이다. 마치 종이에 배인 듯 아린 고통.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모두의 얘기지만, 아무도 몰랐던 1982년생 김지영의 얘길 그린 영화다. 100만 부 판매고를 올리며 신드롬을 일으킨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의도치 않게 젠더 갈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82년생 김지영’ 인증샷을 게재한 연예인 SNS에는 무차별 악플이 쏟아졌고, 영화화 제작을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김도영 감독은 원작의 서사와 생명력에 집중했다. 나, 내 친구, 우리 엄마, 동료의 얘기를 담담히 그려냈다. 서투르고 잘 몰라서 82년생 혹은 62년생 지영이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풍광에 현미경을 들이밀었다.

■ 다음은 김도영 감독과 일문일답

-논란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많은 말이 있었지만 부담스럽진 않았다. 다만, 첫 장편 데뷔작인데 잘 해낼만한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댓글을 일일이 챙겨볼 만큼 정신이 있진 않았다.(웃음)

-정말 잘 만들어주길 바라는 바람도 컸다. 그 바람은 바람대로 또 다른 부담감이었을 텐데.

맞다. 보통의 영화에는 멋있는 서사가 등장하는데, 사건이 없는 평범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우리 영화를 관객들이 두 시간 동안 재밌게 볼까 고민이 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82년생 김지영’의 얘기가 하나의 생명력 있는 얘기란 생각이 들더라. 서사의 힘을 믿고 가야겠더라. 그때부턴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처음 원작을 읽었을 때 나와 우리 엄마의 삶을 떼어 바라보는 느낌을 받았다. 삶 속에서는 그게 뭔지 몰랐던 것을 ‘아, 이런 거였구나’, ‘아, 내가 이런 풍경 속에 있었구나’라고 말이다. 영화도 딱 그 정도만 돼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원작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

정말 많은 회의와 토론을 거친 결과다. 저도 처음엔 연출을 맡으면서 ‘어디 한 번 멋있게, 날카롭게, 나만의 시선’을 그려볼까 싶었다.(웃음) 하지만 영화를 향한 반응이 좋은 걸 보며 ‘이 서사가 품위를 유지하되 몸을 낮춰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제 야망은 차치해두고라도, 이 서사가 가는 길이 있구나. 감동적이다.

-지영의 주변 인물들은 공감하고, 변화하고, 이해해준다.

조남주 작가님의 팟캐스트를 듣고 참 공감했던 얘기가 있다. 식초에 담긴 오이 얘기였다. 오이가 제 아무리 스스로를 훌륭하고 싱싱한 오이라고 생각해도, 식초에 담긴 이상 피클이 되잖나. 

우리가 짚어야 하는 것은 오이의 품종이나 싱싱함이 아니라, 오이가 어디에 담겨 있는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회적 약속들, 풍경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인물들을 빌런(악역)으로 그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영이 정도면 괜찮은 삶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소설 자체도 그런 논란이 있었다. ‘말도 안 돼, 저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어’라는 목소리와, 공감의 목소리가 함께 있었다. 경험치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나쁜 의도로 상처 주지 않는다. 잘 몰라서, 서툴러서 그랬던 거지.

-남편 대현은 원작보다 꽤 좋은 남편으로 그려졌지만 그 와중에도 눈치 없는 구석들이 등장한다. 시어머니 앞에서 설거지를 도와준다든지, 지영이 빨래를 개는 걸 가만히 지켜보며 혼자 맥주를 마신다든지.

그게 보였구나.(웃음) 공유 배우님의 이미지 때문에 남편 대현이 판타지로 보일 수 있겠지만, 대현 역시 변하기 전엔 무심했던 사람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이 더 있었다. 

-남녀뿐만 아니라 미혼 여성과 기혼 여성 사이의 온도차도 존재한다. 

저도 결혼하기 전까진 그랬거든. 결혼한 친구들의 마음을 잘 몰랐다. 친구들이 이런 터널을 지나왔다는 걸 결혼하고 나서야 알았다. 미안하더라.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야 하는 일이잖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이라 해도, 우리 동료의 삶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주조연뿐만 아니라 단역까지 생동감 넘치게 그려졌다. 특히 지영과 동네 엄마들이 서울대 공대, 연영과 등 자신들의 전공을 얘기하며 웃고 자조하는 장면은 유쾌하면서도 리얼하더라.

캐릭터에 결이 있길 바랐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 배우분들이 다들 굉장히 훌륭하게 잘 소화해주셨다. 엄마들끼리 대학 전공 얘기하는 장면은, 우리끼리도 현장에서 그런 얘길 자주 했거든.(웃음) 

-원작의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영화에 담길 내용을 취사선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원작의 실내화 장면은 다 찍어놓고 편집 과정에서 빠졌다. 아역들도 정말 잘해줬는데, 끝까지 고민하다가 뺐다. 감독판이 나온다면 서사가 덜 굴러가더라도 꼭 넣고 싶은 장면이다.

-배우이자, 감독이자, 엄마이자, 자연인 김도영으로서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인간으로서 품위를 잃고 싶지 않다. 상황이 잘 되든, 그렇지 않든 품위를 잃지 않으신 분들을 보며 늘 감동했다. 타자를 찬찬히 바라보며 어떤 상황에 있어도 품위와 존엄을 지키고 싶다.

-품위 없이 구는 사람을 마주했을 땐 어떻게 대처하나.

매너 없이 굴거나 품위 없는 사람도 ‘그럴 수 있겠지’, ‘어떤 식초에 담겨 있길래’라며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려 한다. 

여기까지 오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게 중요하더라. 외부의 판단이나 칭찬에 휘둘리거나 기죽지 않고, 자존감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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