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2016년은 웰메이드 한국영화 풍년이었다. 천편일률적인 기획영화에 피로감을 느낀 관객들은 새로운 시도로 중무장한 영화들에 환호했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들은 한국영화 평균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며 2016년을 기억할 만한 한해로 만들었다.
# 거장의 귀환…박찬욱x김지운x나홍진
거장 감독들이 대거 귀환했다. 박찬욱 감독은 6년 만에, 김지운 감독은 3년 만에, 나홍진 감독은 6년 만에 충무로로 복귀해 작품성,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장르영화 마스터라 불리는 이들 세 감독은 뜨거운 논란, 마니아, 재관람, 패러디를 동시에 양상하며 영화팬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가 나란히 초청된 2012년 이후 4년 만의 경쟁진출이었다. 비록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류성희 미술감독이 기술상에 해당하는 벌칸상을 받으며 아름답고 섬세한 미쟝센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파격적인 소재에도 4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상반기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으로 돌아왔다. 한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난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뭣이 중헌디”, “와타시와 아쿠마다”, “미끼를 확 물어분 것이여” 등의 유행어와 패러디를 낳으며 ‘곡성’ 신드롬을 일으켰다.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곡성’은 ‘추격자’와 ‘황해’에 이어 나홍진이란 이름을 세계 영화 시장에 제대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내에서는 680만 명을 끌어모으며 전작 ‘황해’ 흥행실패 아쉬움을 달래기도.
김지운 감독은 ‘밀정’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함께 한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 이후 3년만, 한국영화로는 ‘인류멸망보고서’ 이후 5년 만의 복귀였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과 의열단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섬세한 연출력으로 풀어낸 김지운 감독은 전국 관객 750만 명을 불러 모으며 하반기 흥행 물꼬를 텄다.
# ‘밀정’ 오스카 53년만의 설움 달랠까
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한국영화 대표로 내년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 영화부문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 부문에는 매년 80개 국에서 출품작을 내놓으며 그중 다섯 작품이 최종 후보로 선정된다. 한국영화는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마더'(09, 봉준호), ‘맨발의 꿈'(10, 김태균), ‘고지전'(11, 장훈 감독), ‘피에타'(12, 김기덕 감독), ‘범죄소년'(13, 강이관 감독), ‘해무'(14, 심성보 감독), ‘사도'(15, 이준익 감독)가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최종 5편은 물론 예비후보 9편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와호장룡'(01)으로, 일본 다키타 요지 감독이 ‘굿바이'(09)로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거머쥐는 동안 충무로는 아쉬움에 입맛만 다셔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밀정’에는 아카데미 회원 출신 송강호, 이병헌이 출연했고, 할리우드 직배사인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의 첫 한국영화 투자작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다. ‘밀정’이 후보로 선정된 데에는 미학적 성취뿐만 아니라 감독과 배우, 해외 마케팅 능력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이에 대해 워너브러더스 로컬 프로덕션 최재원 대표는 “129개 영화 가운데 5편을 뽑는 과정이 쉽진 않겠지만 워너에서 나름의 작업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아카데미 후보는 내년 1월 발표된다. 과연 ‘밀정’이 2016년 한국영화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을지, 53년 갈증을 해갈할 소식으로 새해 포문을 열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스틸 및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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