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봉투 사고가 다가 아니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몇 가지 뜨거운 논란을 남기며 마무리됐다. 역대 최연소 감독, 역대 최다 흑인 배우 수상이라는 유의미한 결과에도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 이유를 짚어봤다.
# 연기와 도덕성은 별개? 성추문 배우 남우조연상
무엇보다 케이시 애플렉의 남우주연상 수상의 후폭풍이 거세다. 케이시 애플렉의 과거 성추문이 논란의 중심이다. 고소인 증언에 따르면 케이시 애플렉은 7년 전 영화 촬영 도중 남성 스태프를 시켜 여성 스태프에게 성기를 보여주게 하는 등 성적으로 희롱을 일삼았다. 케이시 애플렉은 고소인들과 합의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사실상 혐의를 인정한 셈이다.
7년 전 사건이 재점화된 것은 그가 주연한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전 세계 평단의 뜨거운 호평을 받으면서부터다. 할리우드 톱스타 밴 애플렉의 동생으로 유명한 그는 이 작품으로 배우 인생 처음으로 오롯이 연기로 주목받게 됐다. 그의 남우주연상 수상 릴레이와 함께 과거 논란을 더욱 거세졌고, 이 과정에서 사건을 무마하려는 제작자 맷 데이먼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동료 배우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였던 덴젤 워싱턴은 케이시 애플렉이 수상 소감 도중 자신을 언급하자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고, 시상자로 올라온 브리 라슨은 박수 치지 않는 것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브리 라슨은 지난해 영화 ‘룸’에서 성폭력 희생자를 연기했는데,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에서도 케이시 애플렉에게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건넨 뒤 포옹 없이 뒤돌아서 눈길을 끌었다.
# 백인잔치는 NO, 아시아 인종차별은 OK?
사회자 지미 키멜의 인종차별 발언도 논란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 투어버스 관광객이 돌비 극장 내부에 입장하는 돌발 이벤트가 진행됐다. 이때 지미 키멜이 한 동양인 여성의 이름을 알아듣지 못한 반면, 패트릭이란 이름의 남성에게는 “아, 이게 이름이죠!”라고 해 논란을 빚었다.
지미 키멜은 평소 자신이 진행하는 ‘지미 키멜 라이브’에서도 인종 차별, 특히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인종 차별 발언으로 비난받아왔다.
오스카는 지난해에도 인종 차별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사회를 맡은 크리스 록은 투표 집계를 맡은 회계법인 회사 PWC를 소개하는 차례에서 아시아계 소년 두 명과 소녀 한 명을 무대 위로 불러 “수학에 뛰어난 일벌레”라고 해 비판을 받았다.
‘보랏’으로 유명한 배우 사샤 바론 코헨 역시 “온몸이 노랗고 작은 성기를 지닌 매우 열심히 일하는 이들을 위한 상은 없냐”라는 아시아인에 대한 과한 농담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아시아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25명은 공개 서한을 통해 크리스 록의 유머가 인종차별적 편견을 강화한다고 비판했지만 달라진 점은 없었다. 흑인 인권, 백인 잔치 타도를 외치는 이들이 아시아인에게 또 다른 인종 차별 잣대를 들이민 불편한 순간이 올해도 반복된 셈이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아카데미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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