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겨울왕국2’이 개봉과 동시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과 반독과점영대위는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겨울왕국2’를 비롯한 ‘기생충’, ‘어벤져스:엔드게임’, ‘극한직업’ 등의 독과점 문제를 꼬집으며 “불공정한 경쟁 상황이 억울하다”라고 호소했다.
이날 정지영 감독이 언급했듯, 기자회견 개최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네티즌은 오히려 정 감독과 ‘블랙머니’ 측에 비난 목소리를 보냈다. 관객들의 볼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것.
반대로 정 감독과 영대위 측은 승자독식 구조의 영화 배급상황이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비단 ‘겨울왕국2’만의 문제는 아니다. 독과점을 둘러싼 영화계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 “독과점 역풍? 상황 모르는 소리” vs “조조까지 거의 만석”
‘겨울왕국2’는 지난 21일 개봉, 개봉 첫날 60만6690명 관객을 동원했다. 스크린수 2343개 상영횟수 1만2998회. 개봉 당일 실시간 예매율은 90% 이상 치솟았고, 첫날 예매관객수 110만 명을 기록했다. 애니메이션 최고 신기록이다. 상영점유율은 63%, 좌석점유율은 70%다.
정 감독은 이러한 상황을 지적하며 “사람들은 겨울왕국2’을 사람들이 많이 보고 싶어하니까 상영관을 많이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불공정한 시장상황에 대해 모르니 하는 얘기”라며 한 영화가 스크린 절반 이상을 차지한 기형적 상황을 꼬집었다.
반면 시장논리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TV리포트에 “‘겨울왕국2’는 개봉 첫날 오전 6시 30분 조조 타임도 거의 만석이었다”라고 밝혔다. 잘 팔리는 영화에 많은 스크린을 할애하는 것은 결국 수요와 공급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또다른 극장 관계자는 “극장 역시 비수기 시장에는 상황이 굉장히 열악하다.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를 많이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 “법으로 규제해야..생태계 파괴” vs “좋은영화는 결국 잘 되더라”
결국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입장 차다. 영대위 측은 “대규모 자본의 영화가 대부분 영화를 압사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시각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장이 건강한 기능을 상실해갈 때 국회와 정부는 마땅히 개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 예가 프랑스 CNC(국립영화센터,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격 단체)다. CNC는 강력한 규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15~27개 스크린을 보유한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한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최다 스크린은 4개이며, 11~23개 스크린에서는 각기 다른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날 TV리포트에 “관객의 볼 권리인 것은 맞으나 정책적으로 독과점 상황을 보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정책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한가지 영화만 틀어놓으면 결국 관객에게도, 생태계에도 안 좋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매년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결국 극장 성수기에 걸릴 대작 쏠림 현상을 야기했다. 100억 원 이상 규모의 기획형 대작만 늘어나고 있고, 잘 만든 중저예산 상업영화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
한 중소 배급사 관계자는 “관객의 볼 권리만을 주장하며 시장 논리만으로 스크린 배정이 쏠리는 것을 그대로 둔다면 부익부 빈익빈이 나타나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한 영화 제작자 역시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가 크게 상승하고,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와 경쟁하려다 보니 안전한 기획, 대작에만 치중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장논리 중심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도 다양한 기획 계발의 걸림돌이 된다”라고 털어놨다.
반면 좋은 영화는 결국 입소문을 타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 관계자는 “최근 ‘벌새’나 ‘윤희에게’처럼 작은 규모로 개봉해 입소문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한 사례들이 많다. 영화 ‘완벽한 타인’, ‘극한직업’도 비슷한 경우”라면서 “결국 재밌는 영화, 잘만든 영화는 시장에서 살아남게 돼 있다”고 말했다.
# 단기간 쏠림이 가장 큰 문제
이날 정 감독은 “‘겨울왕국2’는 분명 좋은 영화다. 이 좋은 영화를 오랫동안 극장에서 볼 순 없는 일인가. 꼭 1~2달 사이에 (수익을) 뽑아내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단기간에 스크린이 쏠리는 게 문제다. 스크린 상한을 정하면 좋지만 이는 기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목표를 정하고 정책입안자나 실제 이해관계자들(제작자, 극장, 정부 등)이 목표에 대해서 논의를 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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