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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남편 대현은 서툴지만 진심이다.
시어머니 앞에서는 설거지하겠다며 부산스럽게 굴고도, 빨래 개는 아내를 맥주를 마시며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그러면서도 해 질 녘 노을을 보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는 아내 지영의 말에 자신도 마음을 졸인다. 빙의돼서야 제 할 말을 하는 아내의 모습에 화를 내 긴커녕 정신과 상담을 조심스레 제안한다.
’82년생 김지영’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우리 주변 누군가의 얘길 그린다. 그 누군가는 내 친구, 아내, 엄마, 직장 동료다. 무심한 사회의 공기 속에 내재된 은근한 불평등은 내가 겪은 일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도 있지’라고 치부해 버리기 쉽다.
때문에 ’82년생 김지영’의 남편 대현 캐릭터는 중요했다. 자칫 악역이나 방관자로 다뤄지기 쉬운 이 인물을 김도영 감독은 ‘무심했지만 아내의 변화에 스스로 성장하고 깨닫는 남편’으로 사려 깊게 그렸다. 그 변화의 모습은 꼭 보통의 우리를 닮았다.
지영이 대학 동기로 빙의됐을 때 대현이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은 지영에 대한 그의 미안함과 진심이 잘 드러난 순간이다.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은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우는 장면이 아니었다. 공유 배우에게 ‘진짜 아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땠을 것 같은지 느껴달라’라고 주문했다. 그랬더니 공유 배우가 그 장면에서 울더라”라고 밝혔다.
이 장면 덕분에 대현의 엔딩 속 눈물이 설득력을 갖는다. 대현이 “너 잘못될 줄 알고”라며 안도의 눈물을 터트리는 순간, 지영을 걱정하며 마음 졸였을 대현의 마음까지 관객석에 가닿는다. 지영이 제 목소리를 되찾고 성장했듯, 대현 역시 성장한 셈이다.
김 감독은 “평범한 남편이라면 아내의 상황에 얼마나 걱정이 되겠나. 배우의 캐릭터 해석 능력이 돋보인 장면”이라면서 “배역이 배우를 만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공유는 배역에 대한 이해도, 생각의 균형 감각이 뛰어는 좋은 배우”라고 강조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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