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연말 극장가, 뭘 봐야 할까. 올해도 겨울 성수기를 노린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대거 쏟아졌다. 18일 개봉한 ‘시동’, 19일 개봉한 ‘백두산’, 26일 개봉을 앞둔 ‘천문:하늘에 묻는다’가 그 주인공.
장르도, 색깔도 다른 세 편의 영화. 뭘 봐야 시간과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까. ‘시동’, ‘백두산’, ‘천문’을 비교해봤다.
# ‘시동’ : 트와이스 춤추는 단발머리 마동석이 궁금하다면
▲ 이래서 볼만해 : 마동석, 단발머리, 그리고 트와이스
포스터부터 압도적인 마동석의 존재감은 ‘시동’이 궁금한 가장 큰 이유일 것. 기대해도 좋다. 마동석은 ‘시동’에서 일당백 했다. 범상치 않은 비주얼의 단발머리를 하고, 핑크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은 마동석이 육중한 몸으로 트와이스 ‘티티'(TT) 안무를 출 때 이미 티켓값은 회수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체불명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 분)이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주고받는 케미스트리도 독보적이다. 마동석과 박정민의 조합을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호흡이 좋았다. 박정민의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는 거석이 형이라는 만화적 캐릭터와 붙을 때도 현실감을 이끌어낸다.
▼ 이건 좀 아쉬워 : 코믹영화를 기대하지 말 것
마동석의 파격적인 비주얼만을 보고 ‘시동’에 포복절도 코미디를 기대한다면 분명 실망할 터. 마동석은 웃기지만, ‘시동’은 웃긴 영화가 아니다. 방황하는 청춘 택일과 상필(정해인 분)의 에피소드는 어둡고 씁쓸하고, 전개는 잔잔하다.
# ‘백두산’ : 팝콘무비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 이래서 볼만해 : 오, 한국영화 맞아?
순제작비 260억 원. 돈 쓴 티가 나는 영화다. 규모감 있는 웰메이드 상업영화의 표본이다.
특히 한국영화 CG 기술이 이 정도였나 내내 감탄하게 된다. 시작부터 강남대로를 때려 부수는 ‘백두산’은 흠잡을 곳 없는 그래픽과 압도적인 스케일로 블록버스터로서 제 본분을 다한다. 할리우드 영화와 견주어도 부족함 없는 볼거리의 향연이 관객을 재난 현장 한가운데로 이끈다.
이병헌과 하정우의 탁구공처럼 주고받는 코믹 앙상블은 예상 밖의 재미다. 현란한 액션과 그래픽이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면, 두 사람의 능청스러운 유머는 영화에 활력을 돋운다.
▼ 이건 좀 아쉬워 : 폼페이를 기대한다면
‘백두산’에는 화산 폭발하면 흔히 떠오르는 시뻘건 용암이 대도시를 초토화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뜨거운 용암이 한반도를 덮치기 전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강남역 지진, 평양의 붕괴, 한강 해일, 현수교 붕괴는 그 자체로 압도적이긴 하나, 익숙한 화산폭발 재난을 기대하는 관객에겐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 ‘천문’ : 최민식과 한석규 만났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해?
▲ 이래서 볼만해 : 레전드, 레전드, 레전드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로 멜로영화 전성기를 이끈 허진호 감독과 한국영화의 전설 최민식과 한석규가 한 작품으로 만났다. 이 사실만으로도 ‘천문’에 132분을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연기, 연출, 촬영, 미술 등 고수들이 만나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기품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특히 ‘쉬리’ 이후 20년 만에 조우한 최민식과 한석규의 연기는 관객을 울렸다가, 웃겼다가, 묵직하게 이끌고 간다.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등 연기 귀신들의 열연은 숨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위인으로서 세종과 장영실은 물론, 역사책 행간에 담긴 인간으로서 두 사람의 관계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 이건 좀 아쉬워 : 세종과 장영실의 애틋함이 낯설다면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이 갑자기 사이가 틀어졌는지 그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그만큼 세종과 장영실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묘사에 공을 들인다. 세종과 영실은 세상 둘도 없는 벗처럼 애틋하다가도, 오해에 토라지기도 한다. 애정이 깃든 모습으로 묘사된 세종과 장영실의 모습이 낯설다면 ‘천문’의 폭풍 같은 엔딩에 함께 울긴 힘들 수 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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