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영화 ‘백두산’ 리뷰
[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백두산이 폭발한다. 한반도는 아비규환이 된다. 이 과감한 상상력을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백두산’ 제작진은 엄청난 뚝심과 물량공세로 한국영화 최초로 백두산을 스크린으로 불러왔다.
‘백두산’은 시작부터 압도적인 스케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사운드는 영화 내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강남역과 잠수교가 초토화되는 장면에서는 살 떨리는 현실감이 느껴진다.
한국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개봉일 전날 언론시사회를 연 ‘백두산’. 시사회를 늦출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공을 들인 CG는 가히 압도적이다. ‘신과함께’로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덱스터스튜디오의 손맛이 또다시 진가를 발휘했다.
Q. 예고편에서는 백두산이 안 나오던데. CG 정말 괜찮은 거야?
앞서 언급했듯 흠잡을 데 없는 수준이다. 물론 몇 장면에서는 ‘신과함께’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주기도 하나, 대부분 장면은 CG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이다.
예고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우려를 키웠던 백두산은 그 등장만으로 남다른 위용을 뿜어낸다. 꼭 극장에서 보길 추천한다.
도시를 집어삼킨 용암은 없지만, 흩날리는 화산재, 지진으로 황폐화된 평양과 서울, 무너지는 교량과 건물 등 생동감 넘치는 재난 상황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다. CG, 촬영, 사운드가 한데 어우러져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Q. 이병헌-하정우 케미스트리는 어때?
웃기고, 또 웃기다. 평소에도 능청맞은 유머를 구사하는 두 사람이 모였으니 말 다 했다.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을 연기한 이병헌은 첫 등장부터 폭소를 안기고, 전역을 하루 앞두고 작전을 이끌게 된 대위 조인창을 연기한 하정우는 귀엽고 웃기다.
이런 두 사람이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펼친 앙상블은 내내 관객을 웃긴다. 캐릭터가 입체적이니 웃음도 단순히 기능적으로만 소모되지 않는다.
후반부 들어서는 웃음에서 감동으로 전환되는데,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다. 두 배우의 탄탄한 호연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블록버스터 장르 안에서 밀도 높은 감정연기를 펼치기란 쉽지 않은데 역시 이병헌, 역시 하정우다.
기술력과 군더더기 없는 각본, 연기력이 더해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진화의 순간이다.
Q. 배수지 연기는 괜찮았어?
담백하고 안정적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욕심 내지 않고 최대치를 발휘한 듯 하다. 홀로 있을 땐 빛났지만, 남편인 인창(하정우 분)과의 투샷은 다소 어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민정수석 전유경을 연기한 전혜진은 적은 분량에도 극의 단단한 중심을 잡았고, 백두산 전문교수 강봉래를 연기한 마동석은 ‘시동’에 이어 또 한 번 기존 연기틀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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