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그 시작부터 뜨거웠다.
원작이 때아닌 논란에 휩싸이며 의도치 않게 젠더갈등 중심에 섰고, 영화화 소식에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정유미, 공유 캐스팅 발표의 여파도 컸다. 며칠 동안 실시간 검색어를 ’82년생 김지영’과 배우들 이름이 달궜다.
이러한 영화 외적인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김지영’이란 이름 석 자는 어느덧 2019년을 사는 대한민국 보통 여성의 대명사가 됐다. 보통 여성의 얼굴이 된다는 것. 이토록 쉽지 않은 일을 배우 정유미는 두 번 고민하지 않고 뛰어들었다.
“평소 저의 성격 같으면 부담을 느꼈겠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엔 부담이 안 됐어요. 만드시는 분이나 보시는 분 모두 ‘쟤가 왜 주인공을 해?’라는 말을 듣지 않을 정도의 시기가 됐단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엔 투자가 안 된 경우도 많았고, 작은 규모의 영화는 ‘넌 이제 유명해서 시키기 부담스러워’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82년생 김지영’은 물리적으로 서로에게 거부감 없이 찍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정유미는 시나리오를 받고 원작 소설을 찾아봤다. “원작을 둘러싼 논란이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라는 그는 “그럼에도 이해해보려 노력했다”며 웃었다.
“소설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더라고요. 영화는 소설보다 조금 더 희망적이에요. 소설의 결말대로 끝난다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내가, 내 아이가, 주변의 누군가가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어요. 영화화 논란? 청와대 청원이요? 이 정도로 이슈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 못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어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육아, 결혼, 경력 단절에 조금 더 방점을 찍는다. 남편의 육아휴직에 시댁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 육아가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팔자 좋게 쉬는 일’이라는 세상의 편견, 일 잘하던 내가 어느 순간 사회와 멀어지는 순간. 영화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이 모든 것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친구들이나 엄마, 할머니 모두 그런 식으로 우리를 키워왔다고 생각해요. 일단 현장에서 감독님부터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셨어요. 애기 입학식 마치고 바로 촬영장 오시고. 지영이의 마음이 어떨까 싶은 순간에는 소설을 다시 찾아봤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어요.”
반응 없기로 유명한 기자 시사회에서도 객석은 울음바다였다. 그것은 ’82년생 김지영’이 그린 현실이 내가 부러 잊고 있던 우리의, 내 친구의, 엄마의 얘기였기 때문.
“제 영화를 보고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82년생 김지영’은 딱 그랬어요. 보는 내내 엄마랑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엄마도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친구가 많았을 텐데 저 때문에 희생하신 거잖아요. 미안했어요.”
육아뿐만 아니다. 성별 때문에 차별과 혐오에 노출된 인물들의 모습은 반성과 분노를 동시에 자아낸다. 정유미는 “나에 대해 뭘 안다고 함부로 말씀하세요”라는 대사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역시 근거 없는 지라시에 몸살을 앓았던 바.
“놀랍고 황당했죠. ‘연예인이기 때문에 감수해’라는 말은 너무 서글픈 것 같아요. 왜 사실이 아닌 말을 만들어낼까요. 그냥 웃겨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그냥 이런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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