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좋은 감독, 좋은 시나리오, 좋은 배급사만 찾고 싶진 않아요. 어떻게 모든 영화가 천만이 되나요?”
김남길은 여전히 솔직했다. 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성공 이후 첫 작품인 영화 ‘클로젯’으로 만난 그는 수상과 흥행, 배우로서 소신에 대해 가감없이 털어놨다.
‘클로젯’ 속 김남길은 실제 그의 성격과 제법 닮아 있다. 능글맞은 듯 진솔하다. 블로거 퇴마사 경훈을 연기한 그는 오컬트 장르를 표방한 ‘클로젯’에서 의외의 잔재미를 안긴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 상원(하정우 분)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퇴마사 경훈(김남길 분)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경훈은 영화에 쉼표가 되는 캐릭터예요. (하)정우 형과 붙으면 워낙 재밌기도 하고, 유머 케미스트리가 좋았죠. 더 갈 수도 있었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 너무 튀어 보일까 봐 자제한 편이에요. 완성본을 보니 더 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긴 하더라고요.”
김남길의 말처럼 그와 하정우가 주고받는 앙상블은 ‘클로젯’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다. 특히 종전 오컬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생활력 강한 푼수기 넘치는 퇴사마 경훈 캐릭터가 영화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를 받아친 하정우의 순발력도 ‘역시나’다.
“영화에 나온 ‘신과함께’ 대사는 제가 현장에서 한 애드리브였어요. 원래는 제가 정우 형을 보고 ‘어, 신과함께에 나온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는데’라는 대사였는데 너무 간 것 같아서 자제했죠. 정우 형이 제 애드리브를 웃지도 않고 받아치더라고요. 원래 그런 웃긴 장면이 더 많았어요.”
그는 드라마 ‘선덕여왕’ 비담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과 지금, 흥행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한때는 잘 나가는 감독, 잘 나가는 영화만 골라하는 배우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학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원인을 밖이 아닌 내면에서 찾으며 부족한 것을 채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120점짜리 감독과 시나리오가 준비된 상황에서 작품을 시작하는 배우들이 부러웠어요. 빈익빈 부익부는 어쩔 수 없다면서 자학했고요. 지금은 제 한계와 연기 스펙트럼을 인정하게 됐죠. 부족한 건 채우면 되잖아요. 일단 제가 120점짜리가 아니니까.(웃음) 잘될 영화, 잘될 시나리오, 천만 영화, 좋은 배급사의 영화만 택하는 건 좀 불편해요. 도연이 누나가 ‘나도 300만 넘는 영화하는 게 소원이야. 그런데 나같은 배우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한 말이 힘이 됐어요. 제 자리를 찾는 것, 저만의 배우로서 길을 찾아야겠죠.”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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