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경주 기자]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일까.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한글 창제’라는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했기에 개봉 후 ‘진짜와 가짜’에 대한 논란이 큰 상황.
그래서 한 번 알아봤다. ‘나랏말싸미’ 속 진짜 이야기들.
# 신미 스님, 실존인물? 팩트!
영화는 세종대왕(송강호)의 한글 창제 과정에 신미 스님(박해일)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한글 창제 과정과 거리가 있는 내용인데, 그래서 신미 스님이라는 인물에 대해 의문점을 품은 관객들이 많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과 상관없이, 일단 신미 스님은 실존하는 인물이다. 이는 ‘나랏말싸미’ 측에서 공개한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나랏말싸미’ 측에 따르면 세종은 죽기 전 신미 스님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祐國利世 慧覺尊者)’라는 법호를 내렸다고 한다. ‘나라를 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한, 지혜를 깨우쳐 반열에 오른 분’이라는 뜻이다.
기록에 언급돼 있는 인물인 만큼 신미 스님은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나랏말싸미’의 팩트다.
# 스님이 한글을 만들었다? 영화적 상상력!
신미 스님이 실존 인물이라고는 하나, 영화에서처럼 그가 세종을 도와 한글 창제 과정에 함께 했다는 건 영화적 상상력에 불과하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글 창제 과정의 ‘설’일뿐, 어디에서도 ‘신미 스님 한글을 만들었다’는 근거는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앞서 세종이 신미 스님에게 남긴 유언과 관련이 있다.
‘나랏말싸미’ 측은 억불정책을 가장 왕성하게 펼쳤던 임금인 세종이 죽기 전 스님에게 유언을 남겼다는 점에서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유교 국가의 왕이 불교 신자인 신미 스님에게 법호를 내린 것은 ‘신미 스님이 무언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하는 대목.
# 한글은 산스크리트어에서 만들어졌다? 영화적 상상력!
영화에서 세종이 불교계에 도움을 청하는 이유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새 문자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에 신미 스님은 산스크리트어, 티베트어 등 불교 언어의 원리를 깨우친 후 한글 창제에 열을 올린다.
실제로 한글은 산스크리트어에 기반을 둔 걸까. 이 역시 영화적 상상력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랏말싸미’가 무턱대고 이런 내용을 넣은 건 아니다. ‘나랏말싸미’ 측에 따르면 김만중의 ‘서포만필’에는 훈민정음과 불경을 기록한 문자인 범어(산스크리트어)와의 관계성에 대해 언급돼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한글과 산스크리트어의 관계는 학계에서 제기되는 설 중의 하나다.
# 정인지가 훈민정음 서문을 작성했다? 팩트!
이처럼 ‘나랏말싸미’는 기록에 있는 사소한 몇 줄에서 시작된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물론 신미 스님의 실존 유무와 함께 또 하나의 팩트가 있으니, 바로 정인지의 훈민정음 서문 작성이다.
영화에서 정인지는 세종의 명에 따라 훈민정음 서문을 작성, 훈민정음을 신하들에게 배포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아마 모두가 알고 있을 사실일 것.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정인지 서문」은 훈민정음 ‘해례’의 서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인지 서문」의 내용은 훈민정음 ‘해례’를 집필하게 된 경위, 한자와 이두 사용의 불편함과 새 문자 창제의 동기와 필요성, 세종이 창제한 새 문자의 특징과 장점 등이다.
하지만 ‘나랏말싸미’에서 등장하는 정인지가 서문 작성에 대해 보인 태도 등은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김경주 기자 kimrudwn@tvreport.co.kr / 사진 = ‘나랏말싸미’ 포스터 및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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