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자퇴서를 내고 엄마가 교무실에서 울며 고개 숙였던 모습..그때부터 전 맨몸으로 세상에 뛰어들었죠.”
데뷔 이후 줄곧 톱스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우성.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홍보차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에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적이 있었냐고 묻자, 고등학교 자퇴 시절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다니고 자퇴하고 나왔을 때. 죄인처럼 교무실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엄마랑 같이 버스를 타고 방배동 카페골목을 지나 사당동으로 갔을 때. 아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는 엄마를 남기고 세상에 맨몸으로 뛰어들었단 말이에요. 그 이후 몇 년간은 어디서 내 몸을 눕혀야 하는지 몰랐죠. 어슬렁거리며 늘 찾아다녔죠.”
그는 연예계 데뷔를 “엄청난 지푸라기”라고 표현했다. 구명선 위에 올라탄 후로는 매일이 감사한 순간이었다고. 물론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절망스럽진 않았다.
“어린 시절 혼자 세상에 튀어나와 맨몸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막연한 외로움에 뭐라도 잡고 싶었어요. 중만의 엄마(윤여정 분)가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는 대사를 하는데, 명언인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랬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벼랑 끝 인생에서 돈가방을 손에 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사연을 그린 작품. 정우성은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태영을 연기했다. 태영은 스스로 판을 모두 읽었다고 자신하지만 사실은 이 영화에서 가장 ‘호구’인 캐릭터다. 허술한 듯 위트 있는 정우성의 연기는 태영에 사실감을 불어넣는다.
“첫 촬영 때 조금 가볍게 연기했더니 감독님이 당황한 기색이더라고요. 감독들도 정우성이라는 배우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멋있게, 조금 더 무겁게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신인감독이 현장에서 가장 실수할 수 있는 자세가 ‘내가 생각한 그림 아닌데’라며 마음을 확 닫아버리는 거예요. 김용훈 감독은 배우의 얘길 듣고자 하는 준비가 된 감독 같더라고요. 덕분에 자연스럽게 태영의 톤 앤 매너가 발전했죠.”
오랫동안 감독 데뷔 뜻을 밝혀온 그는 영화 ‘보호자’로 상업영화 연출 데뷔를 앞두고 있다. ‘배우’ 정우성이 아닌 ‘감독’ 정우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는 누굴까. 그를 스타로 만든 ‘비트’와 배우로서 재평가받게 한 ‘아수라’를 함께 한 김성수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김성수 감독님은 작업에 자신 있게 참여하는 기회, 방식을 습득시켜준 분이에요. ‘비트’ 내레이션을 저보고 한 번 써보라고 해서 써서 줬더니 ‘와 좋다’라고 칭찬해주고, 그걸 또 영화에 반영해줬죠. 그 이후로 뭘 계속 써서 주면 ‘재밌네, 재밌네’라고 해주니 더 쓰게 되고. 그게 연출까지 확장된 것 같아요.”
CF 속 완벽하고 화려한 이미지의 정우성과 작품 속 그의 얼굴은 꽤 다르다. 정우성은 두 얼굴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부러 노력하지 않는다고 했다.
“광고는 그야말로 이미지 판매잖아요. 그것에 맞게 충실한 모습을 제공하면 되는 거고, 영화는 이미지보다 심리의 문제잖아요. 인간이 갖고 있는 고민, 스트레스, 사랑에 더 집중하죠. CF와 영화, 상반된 위치에 있는 정우성이잖아요. 그 사이 어딘가의 접점에서 관객과 만나기 위해 긴 시간 버텼던 것 같아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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