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민주 기자] 영화 ‘파수꾼’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이제훈이 윤성현 감독과 다시 만났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층 성장한 두 사람의 재회는 남다른 의미를 더했다. 이제훈에게 ‘사냥의 시간’은 그만큼 특별했다.
이제훈은 지난 28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사냥의 시간’ 공개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에 대해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쏟아부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 추격자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파수꾼’ 윤성현 감독의 9년 만에 신작이자, 근 미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국형 디스토피아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이제훈은 이에 대해 “스릴러, 서스펜스 장르를 충실하게 잘 따르는 영화”라고 설명하며 “‘이런 영화가 한국에 있었나’라고 생각하면 비교될 만한 작품이 따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제훈의 주변에서는 이번 작품을 보고 “너를 갈아 넣었구나” “이렇게 고생스러운 건 그만하고, 재미있는 것만 해라”라며 고생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래도 좋은 반응에 뿌듯했다는 이제훈은 “배우로서 보람이 있었다”며 웃어보였다.
‘사냥의 시간’은 관객을 만나기까지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연기됨은 물론, 넷플릭스 공개를 두고 잡음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 국가에 동시 공개됐다.
누구보다 개봉을 기다려온 이제훈은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사냥의 시간’이 나온 것 자체가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배우로서 고무적이다. 해외 반응도 찾아본다”며 기뻐했다.
# ‘사냥의 시간’ 선택 이유=윤성현 감독
이제훈이 ‘사냥의 시간’에 출연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윤성현 감독이었다. ‘파수꾼’ 출연 이후 형제처럼 지냈다는 이제훈과 윤성현 감독. 이제훈은 “(윤성현 감독과) 차기작을 같이 하게 된다면 도움이 되고 싶었다”면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윤성현 감독이 그린 세계관을 그림으로 빨리 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제훈은 “단편영화를 찍으며 배우의 꿈을 키워나갈 때, 윤성현 감독을 만나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윤성현 감독을 보면서 영화를 대하는 태도, 자세 등을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이제훈에게 윤성현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이제훈은 윤성현 감독을 “에너지가 가득한 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감독님이 표현하고 싶은 모든 디렉션을 받아들여서 ‘다 쏟아내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감독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윤성현 감독 역시 이제훈을 염두에 두고 ‘사냥의 시간’ 준석 캐릭터를 그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준석으로 분한 이제훈은 평소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지 않던 거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제훈이 과거 연기한 ‘파수꾼’의 기태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이제훈은 “저 거칠고 욕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런 모습을 (윤성현 감독에게) 보여줬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상황에 대한 부조리함을 거칠게 피력한 모습들을 준석이라는 캐릭터에 투영하신 것 같다”며 “준석을 통해 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호불호 반응? “즐길 수 있는 ‘사냥의 시간’ 되길”
‘사냥의 시간’ 공개 이후 연기력, 분위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으나, 스토리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극을 이끈 이제훈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영화에서 ‘어떤 의도가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곱씹는 것 같다. 스스로 해석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 n차 관람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여운이 남고, 생각나는 작품을 다시 보고 (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즐길 수 있는 ‘사냥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결말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덧붙였다. 이제훈은 “은유적인 비유들이 많이 생각났다. 준석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뤘으나,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도망갈 곳은 없다, 어떻게든 맞서 싸우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인생의 방향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파수꾼’ 이후 재회한 박정민을 비롯, 안재홍, 최우식, 박해수 등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주목받았다. 이들과 연기한 소감에 대해 이제훈은 “너무 좋았다”며 기뻐했다.
특히 안재홍에 대해 “(평소 연기를 보며) ‘이사람 뭐지? 너무 좋다’라는 로망이 있었다. 사람이 기대하면 실망이 클 수도 있지 않나. 이번 ‘사냥의 시간’을 통해 만나게 돼 정말 좋았다. 제가 안 좋아할 수가 없는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힘들고, 지치고, 바닥까지 내리게 한 특별한 ‘사냥의 시간’…그리고 펭수♥
이제훈의 연기 인생에서 ‘사냥의 시간’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이제훈은 “조심스럽지만, 이보다 더 힘들고, 지치고, 저를 바닥까지 내리게 하는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촬영 기간도 길었고, 준석으로서 괴로워하는 순간들을 저로 만들어야 했다. 제가 황폐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사냥의 시간’에서 준석처럼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시간이 저를 성장하게 했다. 힘들고 지치게 하는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며 성숙하게 한 시간이었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끝으로 이제훈은 EBS 연습생 펭수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이제훈은 “사실 펭수라는 존재를 알았지만, 팬은 아니었다. 박정민 배우가 너무 좋아해서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의아해했다”며 “근데 실제로 보고 저도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제훈은 펭수에 대한 극찬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펭수가 하는 리액션 행동들이 너무 대단하더라. 노래도 너무 잘한다. ‘펭수는 못하는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펭수의 열혈 팬으로 앞으로도 지지할 것이다”고 다짐해 웃음을 유발했다.
김민주 기자 minju0704@tvreport.co.kr / 사진=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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