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5광이 되지 못했던 가족 연대기…이지원 감독의 의지와 고민을 볼 수 있었던 ‘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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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기대를 모았던 ‘비광’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며 아쉬움을 안겼다.
2018년 개봉했던 이지원 감독의 ‘미쓰백’은 여러 의미에서 충격을 줬던 영화였다. 학대당하는 아이의 암울한 현실을 가까이서 담아 씁쓸함을 맛보게 했고, 벼랑 끝에 내몰린 삶을 처연한 표정으로 보여준 김시아의 연기도 뇌리에 깊게 박혔다. 그리고 따뜻한 이미지로 각인된 한지민의 거친 이미지는 화룡점정이었다. 쉽게 볼 수 없고, 파격적인 요소를 내세워 인물의 연대와 가족의 의미를 물으며 영화 내외적으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미쓰백’에 관한 좋은 기억은 이지원 감독의 신작 ‘비광’을 향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우선, 이지원 감독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된 김시아와 선하고 밝은 역할을 주로 맡았던 하지원이 보여줄 다크함은 전작과의 연결고리처럼 보였다. 또한, 이지원 감독의 세계에 초대된 류승룡의 존재감은 이전과는 다른 지점에서 관객에게 울림을 줄 거란 확신을 갖게 했다. 실제로 확인한 영화에서는 이지원 감독의 변화를 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 이지원 감독은 남성 주인공의 비중을 높여 전작보다 다양한 시선을 담으려 했다. 세상에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딸 동주(김시아 분)와 갑자기 등장한 그 때문에 추락한 아버지 중구(류승룡 분)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서로 연결고리가 없던 동주를 외면하지 못한 중구는 그를 딸로 받아들이며 고생길을 자처한다. 여기에 동주를 외면하지 못하는 남미(하지원 분)와 중구의 가족까지 엮이면서 기이한 가족이 형성된다.
일반적이지 않은 가족, 혹은 유사 가족을 보여주며 ‘비광’은 연약한 인물들의 연대를 돋보이게 했다. 피로 엮이지 않았기에 더 간절하고, 서로를 각별히 챙기는 이들의 관계는 이기적이고 비릿한 세계와 대비되며 뭉클함을 전한다. ‘미쓰백’이 홀로 남은 여성들이 손을 잡는 이야기였다면, ‘비광’은 중구의 누나와 매형까지 품으며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는 화합을 보여준다. 여기서 김해숙과 김선영의 연기가 특히 빛났고, 덕분에 전작보다 가족 드라마로서 감동을 배가할 수 있었다.

혈연관계로 묶이지 않은 중구와 동주의 동행을 우직하게 밀고 가는 건 큰 도전이었다. 영화는 플래시백을 통해 중구의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담았지만, 단번에 납득하기 쉬운 설정은 아니었다. 만약, 이지원 감독이 동주와 남미를 중심으로 판을 짰다면 어땠을까. 동주와 중구보다는 동주와 남미 간의 유사성이 더 잘 보이고, ‘미쓰백’과 유사한 구도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러나 이지원 감독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이지원 감독은 ‘비광’ 개봉 후 인터뷰를 통해 전작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대로 ‘비광’은 여성 감독으로서 비교적 잘 모를 수 있는 남성의 세계를 탐구하며 시야를 넓혔다. 이와 함께 더 많은 인간관계와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끌어와 긴장감을 높이고 서사의 규모도 확장하려는 시도를 볼 수 있었다. 전작에서 정체하지 않고, 더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이지원 감독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위태로운 부분이 보인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언급했듯 중구와 동주의 관계의 설득력이 떨어지기에 관객들은 ‘비광’의 이야기에 이입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극 중 심각한 상황들로부터 조금 떨어져 영화를 관람하게 되고, 인물들의 감정에도 몰입할 수 없었다. 관람객들의 평 중엔 ‘캐릭터들의 과잉된 감정’에 관한 지적이 많았다는 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중구 가족의 장애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조형이나 사건의 깊이가 얕다는 점도 큰 결함이다. 이런 류의 작품에서 본 듯한 것들이 도구적으로 소모되며 갈등을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비광’은 ‘미쓰백’보다 더 많은 사건을 담으며 스케일이 커졌으나 그만큼 인물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었다. 캐릭터들의 전사와 관계를 강렬한 연기를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표현했지만, 결과적으로 사건과 인물 사이의 밸런스 조절에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이런 탓에 ‘비광’이 의도했던 가족의 연대가 전하는 감동과 힘이 관객에게 온전히 닿기 어려웠다. 이지원 감독의 의도와 고민들이 끝내 5광까지는 될 수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
이런 씁쓸함에도 이지원 감독을 다음 영화가 궁금하다. 변화를 향한 의지가 돋보였던 이지원 감독이라면, ‘비광’을 향한 관객들의 반응을 하나의 패로 쥐고서 더 멋진 판을 설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영화가 5광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영화 인생에 ‘비광’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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