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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배우 정문성이 ‘허수아비’ 속 연쇄살인범 이용우를 연기하며 품었던 고민과 부담감을 털어놨다.
정문성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ENA 드라마 ‘허수아비’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26일 종영한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던 형사 강태주(박해수)가 자신이 혐오하던 차시영(이희준)과 공조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정문성은 극 중 평범한 서점 주인 이기환과 연쇄살인범 이용우를 오가며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이날 정문성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너무 좋았다. 이야기 자체도 흥미로웠고 작품의 의도 역시 마음에 들었다”며 “좋은 배우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좋은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어 행복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준우 감독의 제안으로 박해수에 이어 작품에 합류하게 된 정문성은 “감독님께서 나를 선한 이미지로 보신 것 같다. 이를 활용해 범인 같지 않은 인물을 만들고 싶어 하셨던 듯하다”며 “범인 같이 생기지 않았으면서도, 범인을 연기할 때 쎄한 그 느낌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목부터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요즘은 재미있고 따뜻하고,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많은 편인데 ‘허수아비’는 그런 느낌과 달랐다”며 “대본을 읽다 보니 다 읽지 않았음에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제일 컸던 매력은 매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다는 점”이었다며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액자식 구성에 태주라는 인물과 1대 1로 감정 싸움을 이어간다는 부분이 정말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용우를 구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정문성은 “나는 보통 납득이 돼야 연기하는 배우인데 이번 작품은 달랐다”며 “이 인물을 내 상식 안에서 이해하거나 설명하려고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문성은 “보통 악역은 나름의 이유나 자기합리화를 찾게 되는데 그것조차 평범한 사람의 사고방식이라고 봤다”며 “우리에게는 끔찍한 범죄지만 이용우에게는 수많은 일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본을 수없이 읽었지만 별도의 해석이나 계산된 연기를 경계했다고도 했다. 대신 태주, 지원, 기범과의 관계에서는 동기를 찾으려 노력했다. 정문성은 “기환에게 그들은 친구이자 방패 같은 존재였다”며 “그들 뒤에 숨어 범죄를 이어가기 위해 앞에서는 누구보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 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년의 이용우가 강태주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이었다. 그는 “분량이 거의 연극 한 편 수준이었다”며 “노역 분장 일정 때문에 이틀 동안 몰아서 촬영했는데 나중에는 몽롱해질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박해수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두뇌 싸움처럼 느껴졌지만 결국 감정이 닿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어느 순간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생겼고 그때부터는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해당 촬영을 마친 뒤 며칠 동안 몸이 아플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드라마를 하면서 이렇게 원 없이 연기만 해본 적이 있었나 싶다”며 웃어 보인 정문성은 “하루 종일 서로를 바라보며 연기했던 시간 자체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문성은 작품 속 이용우(이기환)를 끝내 이해하거나 품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 장면 잘했구나’, ‘여기서 이렇게 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며 “내가 한 것들이 다 싫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혼나 마땅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나 자신을 보며 그런 감정을 느끼다 보니 허전한 마음도 들었다”며 “정말 열심히 작품을 끝냈는데도 끝내 안아줄 수 없는 캐릭터였다는 점이 쓸쓸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인 만큼 현실 인물을 참고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문성은 “이기환, 이용우라는 인물을 실제 사건의 인물을 그대로 옮겨와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며 “만들어진 드라마 안에서 존재하는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의 인물을 연구하다 보면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 아주 조금이라도 감정이 생길 것 같아 의도적으로 참고하지 않았다”며 “누군가는 실제 인물을 만나봤냐고 묻기도 했는데, 내 기준에서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정문성은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과 실화 기반 작품은 완전히 다르더라. 훨씬 조심스럽고 무게감도 컸다”며 “단순히 나쁘고 무섭고 잔인한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작품을 하면서 오히려 ‘만약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과연 정의롭게 행동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나쁜 사람을 연기한다고 해서 단순히 나쁜 면만 보여주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정문성은 “이번 작품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내가 연기를 잘못하면 누군가에게 두 번, 세 번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감히 그런 상처를 드릴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많은 이의 간절함과 진정성이 담겨 완성된 ‘허수아비’는 지난달 26일 호평 속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강지호 기자 / 사진= 자이언엔터테인먼트, ENA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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