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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배우 류해준이 ‘허수아비’를 통해 배우로서 하나의 깊은 분기점을 만났다.
류해준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TV리포트 사옥에서 ENA 드라마 ‘허수아비’ 종영에 앞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26일 종영한 ENA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 강태주(박해수)가 자신이 혐오하던 차시영(이희준)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허수아비’는 ‘모범택시’의 이지현 작가와 박준우 감독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며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후 ‘허수아비’는 방영 내내 단순히 사건 해결에 집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가 남긴 상처와 공동체의 균열, 그 이후의 시간을 함께 들여다보는 진정성 있는 접근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극 중 류해준은 강성경찰서 신입 형사 박대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박대호는 강태주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정의로운 형사를 꿈꾸는 인물이었지만, 극 후반 차시영의 회유와 압박 속에서 결국 신념이 흔들리며 충격적인 변화를 맞는다.
이날 종영에 앞서 TV리포트와 만난 류해준은 “실제 사건은 매체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피부로 와닿지는 못했다. 그러다 2019년 억울한 옥살이의 진실과 진범이 밝혀졌다는 뉴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장면이 사진처럼 가슴에 남아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그 사건을 다룬 작품에 출연한다는 게 솔직히 두렵기도 했다. 너무 조심스러웠다”면서도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고 대본을 본 뒤 확신이 생겼다. 오랜 시간 치열하게 준비한 작품이라는 게 느껴졌고, 모든 제작진과 배우가 한마음으로 임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많은 시청자를 놀라게 했던 박대호의 배신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나도 몰랐다. 중반부쯤 감독님께 듣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류해준은 부모님께도 아직 연락드리지 못했다며 “원래 먼저 전화를 늘 주셨는데, 대호가 배신한 후에 연락이 안 오는 것 같다”고 능청스레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주변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고 말씀해 주셨다. 부모님께 아주 조금이나마 효도를 한 것 같아 기쁘다”고 웃어 보였다.
정의로운 신입 형사에서 권력 앞에 흔들리는 인물로 변화해 가는 박대호를 표현하기 위해 류해준 역시 적지 않은 고민을 거쳤다. 그는 “원래 작품을 준비할 때 관련 서적이나 영상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이번에도 시대적 배경과 사건에 대해 계속 공부했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 대호’는 아직 이런 걸 다 알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대호는 차츰 성장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깊게 알고 접근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반부로 갈수록 외적으로도 감정적인 피폐함이 드러났으면 했다”며 “초반보다 후반부에 체중도 많이 감량했다. 비교해 보면 볼살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디테일한 노력도 덧붙였다.

류해준은 무엇보다 ‘허수아비’ 팀과 함께했던 시간을 가장 큰 힘으로 꼽았다. “촬영 초반에는 긴장이 정말 심했다. 워낙 선배님들이 경력도 연기도 압도적인 분들이라 겁도 많이 났다”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당이 떨어질 정도였는데, NG를 내던 순간 현진 선배님께서 ‘다 그런 시기가 있다. 지금은 대호, 막내인 네 차례인 것 같다. 편하게 해도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됐다. ‘허수아비’를 하면서 ‘이게 진짜 팀이구나’ 싶었다”며 “개성이 모두 다른데도 이상할 만큼 앙상블이 잘 맞았다. 정말 실제 경찰 한 팀 같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박해수에 대한 존경도 전했다. 류해준은 “박해수 선배님 이야기는 아무리 해도 부족하다”며 “‘더 깊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해준이는 다양한 에너지와 좋은 것을 너무 많이 가진 배우다. 지금은 조금 더 섬세하고 정교한 감정을 집중해서 다듬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따뜻하게 조언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도 언젠가는 선배님들처럼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현장 밖에서도 배우들 사이의 끈끈한 관계는 이어졌다. 류해준은 “군대에 가 있는 송건희 배우와도 친해졌다. 또래 배우이기도 했고, 문성 선배님부터 지원 선배님, 백승환 배우, 비라 배우까지 모두 정말 가까웠다”며 “다들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깊게 소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다른 의미를 남긴 작품인 만큼 아쉬움 역시 컸다. 류해준은 “‘허수아비’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마음과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나를 더 깊고 넓게 확장해 준 작품이었다”고 애틋한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더 많은 분이 다음 작품을 궁금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70대가 넘어서도 계속 배우의 길을 걷고 싶다고 밝힌 류해준은 “삶의 다양한 결을 담아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도 있고, 때로는 상처나 배신감 같은 감정까지도 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묵묵하게 오래 걸어가 보겠다”고 진심 어린 포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허수아비’에 담긴 마음과 의도가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잘 전달된 것 같아 감사하다”며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신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남겼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최종회 시청률 전국 8.1%, 수도권 8.3%(닐슨코리아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강지호 기자 / 사진= 오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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