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고현정이 ‘마스크걸’로 돌아왔다. JTBC ‘너를 닮은 사람’ 이후 약 2년 만이다. 고현정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3인 1역으로 그려지는 주인공 김모미 A,B,C 가운데 ‘모미 C’를 도맡았다. 극에선 ‘죄수 번호 1047’로 불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우 고현정, 나나, 이한별이 3인 1역으로 김모미를 연기했으며, 안재홍, 염혜란 등이 출연한다.
장편 데뷔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김용훈 감독의 신작으로, 영화 ‘아가씨’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을 받은 류성희 미술감독과 영화 ‘달콤한 인생’, ‘곡성’, ‘부산행’의 장영규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지난 18일 베일을 벗은 ‘마스크걸’은 공개 2주 만에 740만 뷰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이집트, 홍콩 등 72개 국가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하 배우 고현정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2년 만에 화려한 복귀다.(웃음)
다른 작품에 비해 연락을 많이 받아서 “많은 분이 봐주고 계시는구나” 생각한다.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는 건 집안의 경사와 같다. 훌륭한 작품의 일원으로 참여해서 뿌듯하다.
-‘마스크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동안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비롯해 소통할 창구가 없어서 더 그랬던 거 같다.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마스크걸’을 만났다. 너무 반가웠다. 무엇보다 3인 1역이라는 기획이 참신했다. 동료들과 협력하고 감독님의 디렉션에 완전히 녹아드는 게 큰 바람이었다. 바람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3인 1역 설정상 전작들에 비해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비중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작품에 얼마나 출연하느냐보다 작품에서 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비중이 적어서 좋았다. 덜 힘들지 않나. 하하. 물론 작품에서 단독 주연을 맡게 되면 그 나름의 기쁨이 있지만, 그만큼의 부담감이 있다. 결론적으로 제 분량에 대선 조금의 아쉬움도 없다.
-김용훈 감독이 말하길 고현정의 몸 사리지 않는 액션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실제로 몸이 아파서 아픈 표정이 그대로 담긴 장면도 있다. 촬영장에서 별명이 송아지였다. 액션 신을 촬영한 직후 걷는 모습이 흡사 갓 태어난 송아지 같아서 붙여진 별명이다. 모든 배우가 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후회할 정도로 다들 최선을 다하는 현장이었다. 그 덕분에 저 또한 열심히 하려고 했던 거 같다.
-하나의 캐릭터를 함께 완성한 배우 이한별, 나나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
놀랍고 훌륭했다. 촬영할 때 이한별, 나나 배우의 촬영분을 모니터링하지 않았다. 그런데 보고 연기할 걸 그랬다.(웃음) 그만큼 앞에서 너무 잘해주셨다. 이한별 배우는 연기에 오버가 없다. 모미라는 캐릭터를 분장한 것처럼 훌륭한 연기를 하더라.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나 배우는 집중력이 상당하다. 그리고 연기 자체가 세련됐다. 자칫 신파가 섞일 수 있는 부분에서 모든 걸 덜어내고 깔끔하게 표현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결과물을 보니 두 배우가 월등히 잘한단 생각이 들었다.
-평소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 편인가?
그렇다. 제 연기를 보면 쓸 데 없는 자극이 생기는데, 연기를 하는 데 좋지 않게 작용하더라. 시나리오를 믿고 현장을 믿는다. 시나리오에서 느꼈던 것들을 연기하는 데 집중한다.
-‘마스크걸’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이미 보여준 연기, 표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나는 나더라.(웃음) 그래도 병원에서 탈출하기 위해 창문에서 뛰어내릴 때 표정이 새로웠다. 염혜란 배우와 맞붙는 장면에서도 새로운 얼굴이 보였다.
-매번 새롭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배우에게 새로움이란 결국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번 작품에선 보는 분들이 섭섭할 정도로 여지가 없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다크서클, 기미를 그리는 등 분장을 세게 했다. 마지막 대사는 과감하게 없앴다. 촬영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과하거나 캐릭터에 색이 진하다고 느껴지면 다시 찍었다. 심플하게 연기를 하는 게 핵심이었다. “고현정이 이런 연기도 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이 작품을 잘 마치면 더 다양한 작품에서 선택받지 않을까 기대했다. 저를 이렇게 써보고, 저렇게 써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마스크걸’을 관통하는 외모지상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늘 화두다.
제가 그 중심에 서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웃음) 늘 동안, 피부 관리 비결과 같은 키워드가 따라다닌다. 외모 칭찬은 늘 감사하고, 반대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시면 “숨기고 싶은 결점을 또 발견하셨네”라고 생각하고 만다. 외모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바꿨다. 제 콤플렉스를 이겨내려고 하지 않고 인정하기로 했다. 마음을 달리하니 조금은 의연해진 거 같다.
-‘마스크걸’ 제작발표회에서 후배 배우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화제였다.
사실 SBS’리턴’때도 똑같았다. 그런데 그때와는 반응이 사뭇 다르다. 센터에 서야 한다는 욕심이 없어서 배우를 챙겼는데, 그때는 날씬한 배우 옆에 서지 않으려고 했다는 말이 나오더라. 일이 잘 풀리려고 하는지 지금은 제 행동을 좋게 봐주신다.(웃음)
-고현정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인가?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다. 어떻게 해도 연기를 안 하고 살 수는 없을 거 같다. 한때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다. 연기보다 개인사가 더 많이 언급되고, 제 개인사가 연기를 자꾸 덮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하면 할수록 제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이제는 개인사를 뛰어넘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연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리고 배우로서 많이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밝은 작품, 어두운 작품 다 괜찮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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