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이런 기구한 운명이 또 있을까.
5일 오전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희소병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한 어머니 퍼트리샤 스탈링스의 사연이 소개됐다.
생후 3개월 된 아들 라이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퍼트리샤-데이비드 스탈링스 부부. 하지만 평온했던 일상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라이언이 갑자기 구토, 호흡 증상을 보이며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 라이언을 상대로 각종 검사를 진행한 병원은 부부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라이언 몸에서 자동차 부동액의 주성분인 에틸렌글리콜이 검출됐다는 것. ‘사고’가 ‘사건’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 부부는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라이언은 만약을 위해 위탁보호시설에 맡겨졌고, 공교롭게도 시설에 가자마자 건강을 회복했다. 하지만 얼마 뒤 다시 상태가 악화됐고, 검사 결과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의 에틸렌글리콜이 검출됐다.
탐문 수사 중 “퍼트리샤가 라이언을 집으로 데려갔을 때 수상한 액체를 먹였다”는 위탁시설 관계자 증언을 확보한 경찰. 부부 집 지하실에서 유력 증거품인 부동액 2통을 발견한 뒤 퍼트리샤를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다. 얼마 뒤 라이언은 끝내 세상을 떠났고, 퍼트리샤는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했지만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아들을 죽인 비정한 엄마’로 낙인 찍힌 퍼트리샤. 당시 배 속에 둘째가 있었던 퍼트리샤는 복역 중 출산, 아기와 생이별하는 아픔까지 겪었다. 그러나 아빠 데이비드에게 보내진 둘째도 출생 2주 만에 라이언과 같은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고, 병원에 간 데이비드를 자신의 귀를 의심하게 된다. 바로 둘째가 ‘메틸말론산혈증’이란 희소병을 앓고 있다는 것.
메틸말론산혈증은 몸에서 지방과 단백질을 분해하지 못해 독성이 쌓이는 선천적 대사 질환으로, 뇌 손상으로 이어져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 병이었다. 무엇보다 이 병에 걸리면 체내에서 프로피온산이란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는 부동액 주 성분인 에틸렌글리콜과 매우 비슷했다. 즉 라이언 역시 희소병 환자였을 가능성이 커진 것.
하지만 경찰은 “둘째 아들 희소병 진단만으로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며 재수사 요구를 묵살했다. 궁지에 몰린 퍼트리샤는 TV 인터뷰를 통해 도움을 호소했고, 세인트루이스대 의과 교수 겸 생화학자 제임스 슈메이커가 요청에 응답했다.
슈메이커는 라이언의 혈액을 재검사해 생전 희소병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퍼트리샤는 이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1991년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둘째 역시 23살 어린 나이로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고 한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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