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혜미 기자] 배우 송승헌이 연기를 ‘돈벌이’로 생각했던 20대와 연기에 대한 전환점을 맞은 30대를 회상하며 달라진 연기관을 전했다.
6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선 송승헌이 게스트로 출연해 28년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모태미남으로 잘 알려진 송승헌은 카페 아르바이트 중 브랜드 디자이너로부터 명함을 받았다며 “그 해에는 ‘나 길거리 캐스팅 됐다’하면서 웃고 넘어갔다. 그러다 다음 해에 당구를 치고 있는데 한 친구가 종이신문에 실린 신인모델 모집 공고를 본 거다. 그 친구가 ‘사진 한 번 보내봐. 유리하겠지’라고 하기에 ‘내가 무슨 모델이야’ 했었다”라고 입을 뗐다.
이어 “그때 한 친구가 편의점에서 카메라를 사와서 사진을 찍고 그걸 현상해서 보냈다. 그리고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은 거다. 그땐 성수동 공장에서 촬영을 했는데 먼저 두 친구가 앉아 있었다. 소지섭과 원빈이었다”면서 데뷔 비화를 전했다.
나아가 “우리의 커다란 사진이 매장 유리관에 진열된 걸 보면서 그 무뚝뚝한 소지섭이 ‘형, 우리 이제 뜨는 건가?’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그게 벌써 30년 전 일”이라며 웃었다.
모델 데뷔 후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스타덤에 오른 송승헌은 연기 경험 없이 배우의 길을 걷게 된데 대해 “당시 내 대사는 ‘안녕, 제니야’ 이거 하나였는데 이게 안 나오는 거다. 그때 난 어느 날 갑자기 TV 속으로 들어간 거였다. 카메라가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커보였다. 스태프들은 ‘저놈 뭐야?’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결국 촬영도 중단했다. 내가 너무 못해서”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갑작스런 환호에 ‘내가 저 분들의 환호를 받는 게 맞나. 회사에서 동원한 사람들인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다”라는 것이 송승헌의 설명.
‘남자 셋 여자 셋’ 이후 한류 드라마의 원조 ‘가을동화’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송승헌은 “스스로의 20대를 돌아보면 어떤가?”라는 질문에 “사실 그땐 연기가 재미있지 않았다. 20대 때 내게 연기란 내 직업이자 돈벌이일 뿐이었다. 그땐 욕을 먹더라도 오늘만 버티면 출연료가 들어오니까, 일할 땐 너무 피곤하고 힘들다가도 촬영이 끝나면 멀쩡해졌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아울러 “즐기면서 해야 했는데 정말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신나지 않는 거다. 그땐 타의에 의해 시키는 대로 연기를 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안한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쟨 왜 저렇게 차가워?’ ‘왜 저렇게 싸가지가 없어?’ 소리도 들었다. 남들이 봤을 땐 화려해보였을지 모르지만 난 사실 20대 때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30대가 돼서야 연기에 대한 의욕이 생겼다는 그는 “한 팬이 보낸 팬레터에 ‘당신 때문에 한국을 알게 됐고 당신 작품을 보며 울고 웃는다. 이런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당신 자신을 감사하며 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마지막 문구가 나 자신을 너무 창피하게 만들었다. 그때 이후로 연기자로서 자세를 바꾸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당시 영화 ‘인간중독’으로 파격 연기를 선보였던 송승헌은 “20대 때 나였다면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영혼을 넣어 연기를 한다던데 난 그러지 못했다. 30대 때부터 연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에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gpai@tvreport.co.kr / 사진 =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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