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황혼기에 찾아온 사랑인가, 돈을 노린 접근인가.
25일 저녁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수상한 여인과 혼인신고를 한 뒤 사라졌던 80대 자산가 권모씨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월 임대료 수익만 2000만원에 달하는 120억원대 자산가이지만, 구두쇠 소리를 들을 정도로 검소한 삶을 살았던 권씨. 그러나 6개월째 권씨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아들은 “너무 답답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아버지한테 연락했는데 없는 국번으로 연락되고, 아버지 건물도 가봤는데 인적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40년간 고집하던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꾸고 자취를 감춘 권씨. 경찰에 신고해 소재가 파악됐는데, 연고도 없는 인천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 아들과 며느리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모르는 여자가 아버지를 간병 중이었다”며 중국 국적의 60대 여성 최씨를 언급했다.
최씨는 아들 부부에게 “10년 전부터 아버지와 동거해왔다”며 사실혼 관계를 주장했다. 최씨는 “지난 3월 아버지가 말기암 진단을 받아 요양병원에 왔다”고 설명했다. 알고보니 아버지 권씨와 함께 있던 사람은 최씨만이 아니었는데, 바로 최씨의 사위 강씨가 있었던 것.
아버지를 만난 지 사흘 뒤, 아들 부부는 요양병원에서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 권씨가 최씨 요청으로 요양병원을 퇴원했다는 것. 부부는 최씨가 급히 병원을 옮긴 이유를 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며느리는 “아버지가 매일 600만원씩 해서 1년 6개월간 56억원을 계좌에서 인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아버지 권씨는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상황. 아들은 “사망신고를 하면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뗐는데, 지난 4월 최씨와 혼인신고가 돼 있더라”라며 “그때 아버지는 병세가 깊어 항암 치료도 어렵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부부는 아버지의 주거래은행을 찾아가 돈을 빼간 사람이 누군지 확인했다. 은행 직원은 “최씨가 공증받은 위임장을 받고 아버지 계좌에서 40억원을 인출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통신사를 통해 아버지 권모씨가 지난 4월 성형외과에서 수백만원을 쓰는 등 수상한 사용 내역까지 확인했다.
며느리는 “아버지가 치매 검사를 받은 날, 유언장을 썼는데 ‘자신의 모든 재산을 아내에게 넘기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김성훈 내과 전문의는 “(당시는 권씨가) 본인이 의사 판단을 못 하는 상태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아들 부부는 최씨 가족을 사기 혐의로 신고한 상황. 경찰 관계자는 “돌아가신 분의 의사에 의해 혼인신고가 된 거냐 등을 중점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진 변호사는 “유언장 효력이 인정되면 최씨에게 모든 재산이 넘어갈 수 있지만, 아들은 유류분 반환 소송을 낼 순 있다”며 “이 경우 직계비속은 1/2까지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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