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위험한 쇼의 끝은 어디일까.
18일 밤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장애인 학대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당한 보디빌더 출신 유튜버 예 씨(34)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지난 8월 한지은(가명) 씨 어머니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한 남성이 집을 찾아와 “딸과 결혼을 약속했다”며 가정사를 꼬치꼬치 캐묻고 돌아간 것. 남성의 정체는 예 씨. 어머니에 따르면 예 씨가 다녀간 뒤 지은 씨 행동은 180도 달라졌다. 전에 없던 반항에 일탈 행동까지. 길었던 머리까지 듬성듬성 잘라 가족들의 속을 태웠다.
지은 씨 어머니는 “(딸이) 지적 장애 2급, 정신 연령이 4살 밖에 안 된다”며 “예 씨가 아무래도 장애가 있는 딸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지은 씨는 “(예 씨가) 고기를 사주고 내게 ‘귀엽다’고 계속 얘기했다”며 “예 씨와 주차장에서 결혼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지은 씨와 예 씨의 단골 데이트 장소였다는 음식점을 찾아갔다. 황당하게도 두 사람의 데이트 음식은 엄청난 맵기의 ‘지옥 짜장’. 지은 씨는 “매운거를 못 먹는데 (예 씨가)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화장실에 토했는데, 토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식당 직원들도 예 씨를 “많이 매운 걸 시켜서 그분(지은 씨)한테 먹이는 걸 봤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예 씨는 약 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였다. 예 씨가 SNS에 올린 영상들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변발한 여성을 보고 낄낄거리거나, 살아 있는 벌레를 먹이는 등 학대에 가까운 내용이었던 것. 출연자는 모두 지적 장애인이었다.
예 씨는 복지카드를 소지한 장애인들과 이른바 ‘복지 크루’를 만들고 영상을 찍어 후원을 유도하고 있다. 예 씨에게 눈썹과 머리를 마구 밀렸다는 박윤호 씨는 “그러고 나서 (예 씨의) 크루가 됐다”고 말했다. 지은 씨도 과거 해당 크루 멤버였다. 예 씨 방송 시청자는 “(예 씨가) 캐릭터를 모으는 것처럼 지적 장애인을 한두 명씩 모아 크루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만난 예 씨는 모든 행동이 출연자들의 ‘자발적’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예 씨는 “변발은 본인이 삭발을 희망했었고, 벌레 먹방은 (먹은 사람이) 원래 벌레를 잘 먹는다”며 “내 친구들은 유명해지고 싶은 친구다. 서로 윈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 씨는 일방적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였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 생각은 달랐다. 이정민 변호사는 “지적 장애에 따른 판단의 어려움, 지적 장애인들의 특성을 이용한 행위”라며 “자기 결정권이라는 핑계로 동의를 받은 거다. 이건 학대고 착취다. (법원에서 장애인) 본인이 원치 않는 행동을 했다는 게 인정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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