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25일이 뭡니까?”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 유족이 사건 25일 만에 처음 사과의 뜻을 밝힌 중대장을 향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23일 밤 MBC ‘PD수첩’에서는 지난 5월 얼차려 도중 사망한 고(故) 박태인 훈련병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했다.
이날 제작진은 박 훈련병 유족과 입소 동기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얼차려부터 병원 후송까지 사건 전 과정을 훑어봤다.
당시 박 훈련병과 함께 얼차려를 받은 동기의 아버지는 “태인이가 안 쓰려졌으면 우리 아들도 쓰러졌을 거다. 만약 그 두 바퀴, 세 바퀴를 다 돌았다면 큰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우리 집사람은 그 이후 우울증이 걸려서 아들 방만 보면 눈물을 흘린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동기들에 따르면 얼차려를 지시한 강 모 대위는 평소 얼차려를 심하게 주는 편이었다.
박 훈련병의 얼차려 상황을 목격했다는 A 훈련병은 “입소 4일 차에 실내에서 다 같이 전체적으로 소개하고 교육받는 시간이 있었다”며 “(그때 강 대위가) ‘나한테 얼차려를 받게 되면 상당히 힘들 것’이라며 부중대장을 불러 (자신의 얼차려 강도가 높은 게 사실인지)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훈련소 동기 C씨의 누나는 “연병장에서 6명만 훈련한 게 아니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훈련을 시킨 것 자체가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훈련병도 그 모습을 보고 ‘저 사람 말은 무조건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강 대위의 얼차려가 매뉴얼에 따른 ‘정당한 지시’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고성균 전 육군훈련소장은 “과거 구타, 가혹 행위가 많아서 나름 얼차려 규정을 만든 것”이라며 “2020년 국방부가 ‘군인 지위 및 복무기본법’에다가 군기훈련 규정을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상태에서는 1회당 1㎞ 이내 보행만 가능하고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서기는 군장이 없는 맨몸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즉 강 대위가 지시했다는 군기훈련은 모두 규정 위반이라는 것.
박 훈련병 어머니는 “경찰이 (중대장을) 형사 입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가 (중대장에게) 왔다”며 “그리고 3일 뒤 구속영장 청구가 됐다고 하자 그날도 문자가 왔다. 나는 그런 건 어떤 미안한 감이나 진정성이 없다고 믿는다. 25일이 뭐냐”고 반문했다.
방송 말미 박 훈련병 아버지, 어머니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아들의 봉안당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아버지는 “너무 늦게 왔지 아빠가, 또 보러 올게”라며 흐느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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