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동생이 법정에서 겪은 수치스러운 경험을 공개했다.
9일 밤 MBC ‘PD수첩’에는 밀양 사건 피해자 이수진, 수아(가명) 자매가 출연해 당시 수사, 재판 과정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동생 수아 씨는 “(밀양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적 있었는데 가해자 측 변호사가 내 이름을 얘기하면서 ‘본인은 왜 성폭행을 안 당한 것 같느냐’, ‘혹시 뚱뚱해서 안 당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며 “그 말이 끝나자마자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수의를 입은 가해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범죄 전문가는 밀양 사건을 ‘대한민국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표창원 범죄심리분석가는 “이 엄청난 괴물이 돼 버린 남자 청소년들, 그들을 괴물로 키워낸 그 가정들, 그 부모들 또 그들이 속한 지역 사회. 이게 인간 사회가 맞나, 야만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표창원 분석가는 “우리 사회는 전혀 이 문제에 대해 피해자를 보호해주지도 못했고, 제대로 된 수사나 기소나 처벌도 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그 과정에서 피해자 신상을 노출시키고,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임 원인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냥 보통의 범죄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총체적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수진 씨는 최근 일부 유튜버들이 밀양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것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수진 씨는 “(신상 공개에) 동의한 적이 없는데 가해자들이 ‘동의했다’고 생각하고 우리를 원망하면 어떡하지, 그 생각이 가장 컸다”며 “제일 처음으로 영상 삭제 요청이 먼저였다. 그래서 최초로 올린 사람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초로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는 “평소 ‘그것이 알고싶다’, ‘PD수첩’ 애청자였다. (신상 공개가) 법으로는 옳지 않지만, 초반에는 옳다고 생각했기에 영상을 만들어 올렸던 것 같다”며 “피해자 측과 연락 안 하고 영상을 올린 게 맞다. 현재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20년 전 사건을 타깃으로 한 건 사람들이 더 열광할 걸 알았기에 한 것이다. 범죄가 밝혀졌고, 이들이 죗값을 치르지 않고 심지어 더 배부르게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건은) 굉장히 속도감 있게, 도파민이 팡팡 터지게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재료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니 나중에는 ‘피해자의 동의 따위도 필요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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