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경남의 이태원’ 김해시에 가면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들의 ‘큰 형님’이 있다.
18일 KBS 1TV 교양 프로그램 ‘이웃집 찰스’에서는 한국 생활 14년 차 김모민 씨(41)의 사연이 소개됐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2011년 방글라데시 현지 국제 운송업체에서 근무하던 중 한국으로 건너온 모민 씨는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지난 2월 귀화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 한 해, 두 해 열심히 일하며 살다 보니 한국이 좋아져 8년 전에는 고향에서 아내와 아들도 데려와 함께 살게 됐다.
10년 차 통·번역가인 모민 씨는 본업보다 부업이 더 바쁘다. 김해 지역 방글라데시 근로자들 사이에서 ‘큰 형님’으로 통하기 때문. 도금, 도장 공장, 해외 송금업체에서 일하며 틈틈이 한국어 공부를 한 덕분에 모민 씨는 지금의 출중한 한국어 실력을 갖추게 됐다.
한국어가 서툰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을 위해 임금 체불 신고부터 병원 방문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돕고 있는 모민 씨는 어디선가 부르면 반드시 나타나는 김해의 ‘홍반장’이다. 모민 씨는 “하루 평균 150통 이상 연락이 온다”며 바쁜 일상을 인증했다.
모민 씨는 지역 사회에서도 ‘유명 인사’다. 동상동 전통시장에 가면 모민 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한국인답게 흥정 실력도 상당하다. 자주 찾는 생선가게 사장님이 10만원을 부르면 7만원까지 깎고, 서비스까지 받아낼 정도. 사장님은 “(모민 씨가) 열심히 산다”며 “내가 또 달라고 하면 달래는 대로 준다”고 말했다.
모민 씨가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배경에는 특유의 싹싹함이 있다. 모민 씨와 9년 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한 상인은 “외국에서 와서 남의 나라에서 터 잡는 게 쉽지 않다”며 “그런데 이 친구는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 김해 외국인 거리에 방글라데시 식당 창업을 준비 중인 모민 씨.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와야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며 “가족도 있으니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방송 말미 모민 씨는 김해 수로왕릉을 가족들과 찾았다. 수로왕은 인도 출신으로 알려진 허황후와 결혼해 아들 10명을 낳은 금관가야의 시조. 다문화 가족의 조상인 셈이다.
모민 씨는 “대한민국은 옛날부터 글로벌 사회였다”며 “압둘라도 여기서 잘 키우고, 정상적인 대한민국인으로 잘 살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웃집 찰스는 여행이나 일시적으로 머물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취업, 학업,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익숙한 세상을 떠나 낯선 한국 땅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리얼 적응 스토리를 그린 프로그램이다. 매주 화요일 밤 7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KBS 1TV ‘이웃집 찰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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