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예술’이 아닌 ‘민폐’였다.
7일 밤 9시 SBS 교양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최근 몇 년간 충북 일대 건물, 공공시설 등에 발견되고 있는 미스터리한 낙서에 대한 비밀을 파헤쳤다.
낙서 피해를 본 한 건물주는 “(낙서 때문에) 벽 전체를 칠해야 한다고 해서 550만~570만원이 들었다”며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허락을 맡고서 그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작진은 “낙서 일부가 십자가 모양 같다”는 시민들 의견을 바탕으로 낙서 장소 근처에 있는 종교 단체를 찾았다. 그러나 단체 관계자는 “우리 표식은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시민들은 낙서가 발견된 일대에 신당이 많다며 ‘무속 의식’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무속인은 “의식할 것 같으면 담벼락에다 이렇게 어두운 데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속에서 이런 문양은 본 저기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작진은 문제의 낙서가 남자 화장실에서도 발견된 점을 미뤄볼 때 용의자가 남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이어 한 제보자를 통해 이 낙서가 “스케이터 보더의 닉네님일 수 있다”는 힌트를 얻었다.
제작진은 그라피티 작가와 낙서 형태를 분석, 추적 끝에 스케이트 보더 최 씨를 낙서범으로 특정했다. 제보자는 “자주 다니는 길을 그냥 지나가다가 (낙서)하거나, 어려운 기술을 연습하다가 연습하면 (그 장소에 낙서를) 남긴다고 알고 있다”며 낙서가 일종의 ‘영역 표시’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제작진은 경기도 한 공원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최 씨를 발견했다. 공원 주변에선 충북 일대에서 발견했던 낙서와 비슷한 낙서를 발견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최 씨에게 “혹시 낙서를 한 사람이 맞느냐”고 묻자 최 씨는 “나는 아니”라며 부인했다.
최 씨 지인은 그가 말을 아끼는 이유에 대해 “법적으로는 불법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쥐도 새도 모르게 하고 가는 것”이라며 “길거리의 방명록 같은 것이다. 하나의 문화고, 물론 누구한테는 안 좋은 시선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하나의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미경 미술사학자는 “그라피티는 예술과 범죄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 타고 있다. 그러나 보통 뱅크시 같은 예술가를 범죄로 보진 않는다”며 “공공 이익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이런 일을 보면 어떤 메시지가 없고 시민들에게 불쾌감, 두려움,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건 예술 기능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박동현 사회심리학자도 “말 그대로 영역을 표시하고 서열을 정하는 것일 뿐”이라며 예술로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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