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신은주 기자] “우리는 의학 드라마를 빙자한 가족 드라마라 의학은 많이 신경 쓰지 않는다. 의학 용어는 모르셔도 상관없다”.
JTBC ‘닥터 차정숙’의 김대진 PD는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드라마의 제목에 ‘닥터(의사)’가 들어가지만 의학은 소스일 뿐, 가족을 다룬 내용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학’이라는 소재 자체가 갖는 무거움이 있다. 드라마를 떠나 현실에서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이 점을 간과했다. ‘의학’이 갖고 있는 무거움은 뒤로하고 의학 드라마를 ‘빙자’해 문제가 발생했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다.
최근 방송된 7회에서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등장한다. 그는 수술을 앞두고 자신의 건강을 알렸지만 가족들로부터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을 할 수 있나”, “이 병은 유전도 된다면서” 등 폭언을 듣는다. 여기에 수술마저 실패하자 자신의 삶을 비관해 유서를 쓰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해당 장면은 실제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 없이 “못된 병”, “유전도 된다” 등의 과한 대사로 해당 질환에 프레임을 씌웠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저는 크론 환아의 엄마다. 드라마의 설정이 저와 아이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줬다”, “아픈 것을 극복하려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드라마를 보고 모든 것이 무너진 기분이다”, “환자들 인생 망치고 싶어서 작정했나요?” 등 ‘닥터 차정숙’에 사과와 내용 정정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크론병을 주인공 차정숙의 인생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크론병 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후, 차정숙과 로이킴(민우혁 분)의 포옹 장면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닥터 차정숙’은 결혼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하 ‘경단녀’)의 인생을 심도 있게 다루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성적도 폭발적이다. 1회에서는 시청률 4.9%로 미약하게 시작했으나 날마다 최고 시청률을 찍고 있으며 최신 회차에서는 16.2%를 기록했다.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닥터 차정숙’의 논란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담고 있는 드라마가 아니었을지라도 소재로 활용된 ‘의학’이 갖고 있는 무게감을 생각했다면 피할 수 있는 논란이었다.
신은주 기자 sej@tvreport.co.kr / 사진=’닥터 차정숙’
댓글3
ㅎㅎ
모든걸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엔 좋게 포장해줬어도 까려고 했을것이다
?
드라마에서 작중 인물이 특정 병명을 비하한다고 해서 그게 전체를 대표하고 작가의 생각이라고 할수있나? 멍청하네 드라마가 무슨 정보전달 매체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