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신나라 기자] 별거한 지 40여 년째. 아내가 가슴 한쪽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고 나서야 남편이 달라졌다. 나이는 어느덧 80세를 넘어서고 있는 때였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에서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엄앵란의 근황이 공개됐다.
엄앵란은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수술까지 한 그녀는 ‘잘 살았다’ ‘고맙다’ ‘팔십이다’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엄앵란의 투병을 계기로 신성일이 달라졌다는 것. 신성일은 주 2회 이상 영천에서 서울을 오가며 엄앵란을 보살피는 것은 물론, 음식을 사다 나르거나 직접 마사지까지 해줬다. 또한 엄앵란을 직접 간호하고 싶다며 진심으로 합가를 바랐다.
앞서 1964년 결혼한 엄앵란 신성일 부부는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아주 떠들썩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젊은 시절 신성일의 외도 등으로 온갖 마음고생을 한 엄앵란은 결국 별거를 결심했고, 두 사람은 40여 년 넘게 각자의 삶을 살아왔다.
엄앵란은 “꼭 붙어살아야 하느냐”면서 “서로 자유롭게 살자”고 말했지만 180도 달라진 신성일의 태도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별거 이후 처음으로 신성일이 사는 영천 집을 찾은 엄앵란의 모습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신성일은 직접 죽을 쑤어 대령했으며, 엄앵란과 손을 잡고 산책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신성일의 로맨틱한 태도는 그동안 엄앵란이 그를 용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정성을 쏟는 신성일의 모습에 엄앵란은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지. 세월이 다 철이 들게 만든다”며 “이제 내 가슴속에 들어오려는구나 싶다. 마음이 설렌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특히 대수술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자신을 기다린 신성일의 모습을 떠올리며 “든든하더라 그런 데서 병이 낫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과거 외도 사건을 떠올리면서 신성일을 ‘배신자’라고까지 불렀던 엄앵란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그녀는 현재의 신성일을 바라보면서 믿음까지 드러냈다. 엄앵란은 “그래도 제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기둥이다. 기둥은 쓰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변하지도 않는다”고 말해 보는 이들까지 뭉클하게 만들었다.
추억 하나를 품고 사는 천생 여자. 엄앵란의 건강이 쇠약한 뒤에야 나아진 신성일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 한 편까지 씁쓸하게 만들었다.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사진=MBC ‘휴먼다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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