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권일용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드라마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26일 오후 방송된 MBC에브리원 ‘떡볶이집 그 오빠’에는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이 출연했다.
권일용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동명의 논픽션 르포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원작자다. 이날 권일용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드라마화 제안이 왔을 때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다시 사건을 마주할지도 모르는 피해자들이 걱정되었기 때문.
“악에 대처하는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제작진의 설득으로 드라마화를 결정한 권일용은 대본 작업 회의부터 현장까지 참여하며 꼼꼼하고 세심하게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배우를 포함한 제작진 중에는 프로파일러를 본 사람이 없고, 범인을 본 사람이 없으니 현실 고증을 위해 참여했다. 배우들의 관찰력이 대단하더라”면서 “책을 발간한 이유도 범죄자를 잡는 건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범죄와 악이 대처하는 건 그들이 모두 모여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는 배우 김남길이 권일용을 연기했다. 그는 “김남길 캐스팅 소식에 깜짝 놀랐다. 드디어 나의 시대가 오는구나 싶었다”면서도 “‘그것이 알고싶다’ 영상 분석 전문가가 얼굴 싱크로율을 분석한 결과 김남길과 나는 0.2709% 일치했다. 눈코입이 서로 있다 정도”라고 밝혀 폭소케 했다.
과거 드라마 속 배우 진선규가 연기한 윤외출 과학수학 계장에게 전화를 받고 프로파일러로 스카우트 된 권일용은 “한달간 러브콜을 받았다. 결정적으로 ‘내가 널 승진시켜줄 능력은 없다. 다만 이 일은 너의 미래가 밝아지고 조직에 엄청난 기여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피해자를 위한 일’이라는 말에 합류를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2500대1로 선발됐지만, 당시 프로파일러의 역할 이해도는 전무했던 상태. 권일용은 무작정 범죄자들을 만나 데이터를 축척했고, 실제 수사팀과 작은 오해로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범죄자의 말을 끌어내는 역할’을 해내며 제 몫 이상을 해냈다.
‘최초의 프로파일러’로서 부담감도 느꼈다는 그는 “그때는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잘못되면 내가 욕먹는 건 괜찮다. 그런데 내가 실수하면 수사 방향이 바뀌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 부담이 죄책감처럼 남아있다”면서 “내가 버티고 있어야 할 무게였다. 돌아보니 힘들더라. 사표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 퇴직할 때 청장이 결재를 안 해줄 정도였다”고 회상헀다.
“지금도 모든 사건의 피해자가 생각난다”는 권일용은 “1993년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면서 지존파 사건부터 유영철, 정남규, 이춘재 등 범행 동기가 없고 이유 없이 희생 당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이코패스 범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방송국으로 유영철의 편지가 하나 도착했다. ‘나는 권일용을 만난 적이 없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MC들이 “왜요?”라고 반응하자 그는”이렇게 반응하잖냐. 이게 조종 당하는 거다. 더 중요한 건 나를 통제하는거다. 내가 설명하고 다니게 되니까”라며 “일반인을 대하는 것과 다르다.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죄책감도 없다”고 강조했다.
권일용은 ‘연쇄살인사건 이춘재’를 떠올리며 “당시 DNA를 검출했는데, 이춘재가 인정을 안 할 것 같다면서 내가 퇴직한 후였는데 지원요청이 왔다. 나는 ‘현직 후배들 투입 시켜라. 그들도 잘 할 것’이라고 말했고, 강호순 수사 때 막내였던 후배가 이춘재 담당이 되어 진술을 받았냈다”며 훌륭하게 성장한 후배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찰이 된 건 어려워던 가장형편 때문”이라고 밝힌 그는 “6개월 공부하고 경찰학교 입학했다. 1등 한다고 좋은 경찰이 되는 게 아니니까 미친듯이 놀았는데 1700명 중 1680등을 했다. 내 뒤에 20명이 있었는데 뭘했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들은 지금도 강력반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정년퇴임이 아닌 명예퇴직을 선택한 그는 “내 소임을 했다고 생각했고, 나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맨날 범죄자 입장에서 살아왔으니 나로 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권일용은 “얻은 것은 내 인생이고, 잃은 것은 가족 간의 시간이다. 함께한 추억이 많지 않아 지금 아이들한테 많이 해주려고 한다”면서 “아내는 내 인생에 전부”라고 사랑꾼 면모를 드러냈다.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방송화면캡처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