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나문희가 결국 신구를 떠났다. 신구는 홀로 남겨진 뒤에야, 아내에게 길들여졌음을 깨달았다. 너무 늦은 후회였다.
지난 17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11회에서는 석균에게 이혼을 고하는 정아의 모습이 그려졌다.
정아(나문희)는 오랜 숙원을 이뤄냈다. 마침내 남편 석균(신구)을 떠나 자신만의 집을 얻었다. 낡고 보잘 것 없는 공간이었지만, 정아에게는 궁궐과도 같았다. 한평생 무시당해온 삶을 정리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었던 것.
석균은 정아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했다. “가서 빌라”는 지인들의 충고에도 당당했다. “4일만 지나봐라. 집에 밥과 국이 떨어지면 들어올 것이다. 버텨봤자 한 달이다”고 으름장을 놓을 뿐이었다.
오히려 자식들과 지인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다. 밥과 청소를 대신 하라고 명령하는가 하면, “정아를 데려와라. 안 그러면 너희를 괴롭힐 것이다”고 굽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점차 시간은 흘렀고, 대쪽 같던 석균의 기대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흘이 지나고, 밥과 국이 동이 나도 정아는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석균은 여행 책자를 들고 정아를 찾아갔다. 석균은 “네가 바라던 세계 일주는 솔직히 무리다. 대신 일본과 중국은 어떠냐. 너의 소원을 이뤄주겠다”고 인심 쓰듯 말했다.
석균은 정아가 소원이던 세계 일주를 떠나지 못해 집을 나간 거라 생각한 것. 석균은 60년의 시간 동안 “세계 일주를 떠나자”는 말로 정아를 붙잡아왔다. 정아는 단칼에 거절했고, 그 모습에 석균은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석균은 말이 없어졌다. 홀로 한강을 거닐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자책감과 억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석균은 지인을 찾아 “내가 그렇게까지 빌었다. 그런데 잠만 자더라. 나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 떠나버렸다. 나는 길들여졌다”고 끝내 눈물을 쏟았다.
피해자, 가해자 역할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정아가 원한 것은 복수가 아닌 자유였을 뿐이다. 뒤늦게나마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는 것. 마지막 순간에서야 석균은 자신이 길들여졌음을 인지했다. 한 사람이 찾은 자유는, 길들여진 자에게 최고의 복수가 됐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tvN ‘디어 마이 프렌즈’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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