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오 마이 금비’의 풍성한 감성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바로 대본의 소설같은 감성적 나노 지문과 이에 따른 디테일한 연출이다.
야속할 만큼 빠르게 기억을 잃어가는 유금비(허정은)와 이로 인해 변해가는 어른들의 모습으로 매회 명장면을 탄생시키고 있는 KBS2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극본 전호성, 연출 김영조, 제작 오마이금비문전사, 로고스필름). 여기에는 어른은 알 수 없는 열 살 금비의 마음을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구체적인 감정 묘사가 쓰여 있다는 나노 지문과 그에 따른 디테일한 연출이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 5회분에서 의사 우현(김대중)에게 자신이 ‘니만 피크병’에 걸린 것을 알고 있다고 고백한 후 집으로 돌아오던 금비는 차에서 함께 내리는 모휘철(오지호)과 고강희(박진희)를 목격, 아는 체 없이 물끄러미 바라만 보며 그 마음속을 궁금케 했다. 지문에 따르면, 마치 연인처럼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따돌림 당한 아이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더욱 안쓰러운 대목인 것.
특히 지난 6회분에서 “걸음을 멈추고 길 건너편 교복 차림의 여고생, 20대 여자,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 중년 여인, 70대 할머니 등 여인의 일생을 압축한 것 같은 풍경”을 바라보던 금비와 이를 망연히 지켜보던 휘철은 애처로움을 자아냈다. 보통 20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는 병에 걸린 금비가 어쩌면 겪지 못할 수도 있는 여자의 모습이라 가엽고, 이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휘철의 심정 모두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기에 강희의 집에 처음 온 날, 침대가 아닌 바닥에 웅크려 누운 휘철과 엄마 유주영(오윤아)의 따뜻한 손길에 몸을 기댄 금비가 “뱃속의 태아를 연상시킨다”, 인형극을 보며 모두가 행복할 때 금비 홀로 “얼굴에서 점점 웃음이 걷히면서 슬픈 눈으로 인형을 바라본다”는 등 소설처럼 감성적인 지문과 연출은 배우들의 연기에 디테일을 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관계자는 “배우나 스태프들과 달리, 시청자들은 상황과 표정 연기로 극을 이해한다. 그렇다 보니 지문이 꼼꼼할수록 배우들의 연기에 디테일함이 더해지며 극이 풍성해지는 것 같다”며 “지금껏 그랬듯, 남은 6회에도 마치 소설 같은 지문을 기반으로 예상할 수 없는 전개와 마음을 울리는 상황들이 펼쳐질 예정이다”고 전해 기대를 불어넣었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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