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신나라 기자]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봉테일’이라는 별명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더불어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자신만의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6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는 칸 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출연했다.
‘기생충’을 이미 관람한 손석희 앵커는 “이런 작품인지 몰랐다”라며 스포일러 발설을 할까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에게 “변장을 하고 관객들과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 했는가”라고 물었다.
봉준호 감독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딱 한 번 했다”라며 자신만의 간단한 변장방법이 있음을 밝혔다. 특히 요즘은 지하철도 애용하고 있다면서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헤어스타일만 잘 감추면 된다는 팁을 공개했다.
봉준호 감독은 ‘냄새’를 모티프로 한 점에 대해 “저나 손사장님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리라는 게 보통 밀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가는 동선이 많이 안 겹친다. 비행기도 공간적으로 나뉘어있지 않나.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 아들인 최우식 씨가 과외선생으로 처음 부잣집에 들어가는데 그런 식으로 부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 냄새 맡을 수 있을 만큼 되게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침범하는 이야기이다. 냄새라는 새로운 영화적 장치가 스토리에 아주 큰 기능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냄새라는 게 사람의 상황이나 형편, 처지가 나타나지 않나. 그런 것들에서 지켜야 할 인간의 예의가 있는데 그 예의가 붕괴되는 순간을 다루고 있다. 민감한 지점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손석희 앵커는 디테일에 강한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것만 같다는 설명을 덧붙인 질문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제가 그 별명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굉장히 부담스럽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뭔가 옥에 티가 있나 무슨 오류가 있지 않을까 샅샅이 보게 되지 않나. 영화가 정교하고 치밀한건 미덕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저는 엉뚱함, 과감성, 이런 걸 추구하는데 얼마만큼 정교한가의 잣대로만 보게 되면 제 입장에서 답답한 게 있다”고 털어놨다.
손석희 앵커에 따르면 송강호는 한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의 달라진 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 ‘변한 건 몸무게가 두 배로 늘어난 것’이라고 답했다. 손석희 앵커는 봉준호 감독에세 ‘송강호는 안 바뀌었나’라고 물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에 촬영하면서 많이 놀랐다. 사실 늘 놀랐다. 언제나 제가 구상한 것 이상의 뭔가를 상당히 갑자기 예기치 못한 순간에 보여주신다. 감독에게 크나큰 선물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순간이 많았다”고 고마워했다.
칸영화제 수상 당일은 현장에서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는 봉준호 감독. 귀국한 다음날부터는 다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손석희 앵커는 “좋은 영화로 그 무게를 잘 견뎌냈다는걸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칸 수상이) 왕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짜 왕관을 10년이나 20년 후에 써볼 일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겸손한 말을 전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작품 하나와 미국 영화도 하나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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