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의 경계를 SBS 수목 드라마 ‘황후의 품격’ 김순옥 작가가 무너뜨리고 있다. ‘막장 드라마 대모’라 불리던 김 작가는 마침내 ‘황후의 품격’을 통해 자신의 드라마를 ‘굴복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격상시켰다.
‘황후의 품격’은 신데렐라처럼 황후가 된 뮤지컬 배우 오써니가 대왕대비 살인 사건을 계기로 황제와 태후의 악행에 맞서 황실을 무너뜨리고, 사랑과 행복을 찾는 ‘권선징악’ 스토리를 그리는 드라마다. 과거의 작품들을 답습한 스토리에 불과할 것 같지만, 김순옥 작가를 만나 예측이 불가한 스토리 전개가 이어지며 시청자들을 여러 번 놀라게 하는 중이다.
‘황후의 품격’은 드라마 초반, 황제 이혁이 교통사고로 나왕식(최진혁)의 어머니를 차에 치여 죽게 한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오써니(장나라)를 속이고, 결국 황후로 맞이하는 과정을 폭풍 전개로 담아냈다. 나왕식이 황실 경호원 천우빈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민유라(이엘리야)가 이혁을 자신의 남자로 사로잡는 내용도 숨고를 새 없이 그려졌다.
이후 오써니가 이혁과 민유라의 악행을 알아채고, 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대왕대비(박원숙)가 살해되고, 오써니가 유력한 용의자에 오르는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황실로 다시 돌아온 오써니가 천우빈과 손을 잡고 민유라가 이혁의 신임을 잃게 만드는 이야기, 소현황후(신고은)와 얽힌 태후의 비밀 등 무수한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있다. 여기에 오써니를 죽이려고까지 했던 이혁의 새로 피어난 로맨스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 중이다.
극 초반, 더 이상 할 스토리가 없을 만큼 많은 것을 쏟아낸 ‘황후의 품격’은 기존 주목하지 않은 캐릭터들에게도 예상치 못한 사연과 역할을 안기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켜 드라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방식을 취해 시청자들의 방심을 불허한다. 지난 9일 방송에선 이혁이 소현황후의 남자로 오해한 남자 강주승(유건)의 애인으로 민유라가 과거 회상 장면에 등장,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김순옥 작가는 이에 그치지 않고 기존 드라마에서는 상상조차 불가했던 악인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로맨스에도 당위성을 지니게 하는 스토리 전개를 발휘했다. 오써니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이혁이 그녀를 마음에 품게 되고, 그런 이혁을 시청자들이 공감을 넘어 응원하게 된 데는 이혁의 안타까운 성장과정이 뒤늦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러면 안 되는 줄은 알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이혁과 오써니를 맺게 해달라는 요청이 ‘황후의 품격’ 관련 기사 댓글, 시청자 게시판 등에 빗발치고 있다. 과거 ‘아내의 유혹’에서 점 하나 붙인 걸로 다른 캐릭터를 창조한 김순옥 작가가 ‘황후의 품격’에선 ‘설마 하던 일’도 김순옥이 하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필력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2/3를 달려온 ‘황후의 품격’. 이제 막 피어난 주인공들의 로맨스, 그들이 풀어야 할 비밀, 주변 캐릭터들의 이야기, 담을 내용은 앞으로가 더 무궁무진하다. 예측 불가한 전개로 비판할 힘조차 무력화시키는 ‘황후의 품격’. 시청자들은 막장이 아닌 ‘순장(순옥킴+막장)’이란 표현으로 열광 중이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SBS ‘황후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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