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신나라 기자] 이날만큼은 홍길동 보다 연산군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디테일까지 살아있는 김지석의 살 떨리는 연기가 60분을 장악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에서는 홍길동(윤균상) 토벌에 실패한 연산군(김지석)의 모습이 그려졌다.
연산군은 “내가 이상한 꿈을 꿨다. 용포까지 벗어던지고 백성들에게 쫓겼다”고 말하는 등 현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장녹수(이하늬)는 “악몽을 꾸었다”고 연산군을 달랬다. 그러나 연산군도 곧 꿈이 아닌 현실임을 뒤늦게 깨닫고 길동을 향한 증오를 드러냈다.
길동을 무너뜨릴 힘도 없고, 정신까지 나약해진 연산군은 환청에 시달렸다. 허공에 칼을 휘두르기 일쑤요, 자다 깨는 일이 허다했다. 백성들이 또 한 번 자신을 내치러 올까 두려운 그는 대신들이 보는 앞에서도 녹수의 치마폭에 숨어 어린아이처럼 벌벌 떨었다.
길동은 연산군이 자신을 반역자로 몰아세우고 또 한번 자신을 공격해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진짜 역적이 되기로 했다. 이미 백성들의 마음을 훔친 길동이기에 연산군의 입지가 줄어든 만큼 길동의 힘은 점점 커져갔다.
칼자루는 이제 길동이 쥐고 있다는 걸 안 대신들은 길동의 편에 서서 연산군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몰아내고자 했다. 결국 옥새를 내어놓을 위기에 처한 연산군은 반쯤 넋이 나갔다.
이날 방송에서는 무너지는 연산군을 섬세하게 표현한 김지석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광기 어린 모습, 자존심에 상처 받고 오열하는 모습, 공포에 질린 모습 등 김지석은 여러 색깔의 연기로 연산군의 몰락을 그려냈다. 말투 하나, 초점 하나에도 그의 감정이 묻어났다. 미처 몰랐던 김지석의 섬세한 연기가 60분 동안 화면을 장악했다.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사진=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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