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윤희 기자] ‘선을 넘는 녀석들’ 조선시대 성 고정관념을 깨부순 진짜 ‘센 언니들’이 재발견됐다.
8일 방송된 MBC ‘선을 넘는 녀석들-리턴즈’ 62회는 ‘조선판 환불원정대’ 센 언니 특집이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남녀유별의 선이 그어졌던 조선시대, 그 선을 넘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배움 여행이 펼쳐졌다. 남성 중심의 역사에서 배제되었던 여성들의 역사를 배워가는 기획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에 수도권 가구 시청률은 6.0%(2부), 순간 최고 시청률은 6.6%까지 치솟았다. (닐슨코리아 기준)
이날 설민석-전현무-김종민-유병재와 함께한 특별 게스트로는 ‘원조 센 언니’ 노사연이 출격했다. 노사연은 남편에게도 목소리를 높이고 이혼이 아무런 흠이 되지 않았다는, 상대적으로 남녀가 평등했던 고려시대 여성의 역사에 “이야! 좋은 시대다” 솔직한 감탄사를 터뜨려 웃음을 안겼다. 또 남편과 재혼 불가 논쟁을 벌인 신사임당에 빙의 ‘노사임당’이 되어 재미를 더하는가 하면, 결혼 전후로 180도 다른 삶을 산 허난설헌의 비극사에 눈물을 보이며, 몰입도를 높이기도 했다.
‘선녀들’이 가장 먼저 만난 센 언니는 조선을 뒤흔든 희대의 스캔들의 주인공 어우동이었다. 어우동은 바람이 난 남편에 ‘눈눈이이(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 양반, 노비 가리지 않고 남성들을 만났다. 그러나 결과는 ‘남자가 하면 로맨스, 여자가 하면 불륜’이었다. 어우동은 홀로 처형당해 생을 마감했다고. 당시 성종은 나라의 기강을 세우려 경국대전을 만들고 있었고, 어우동 사건을 본보기로 삼았던 것이었다. 어우동 사건은 남녀가 평등했던 고려에서 여성의 지위가 낮아지는 조선으로 넘어오는 과도기를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어 ‘선녀들’은 ‘현모양처’로 포장된 신사임당의 진짜 모습을 배워갔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아닌 신사임당은 뛰어난 여류 화가로 존재했었다. 설민석은 “요즘 표현으로 ‘현모양처’ 신사임당은 잘 만들어진 캐릭터다”라고 말하며, 대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유교적 여성상에 맞춰진 신사임당의 이미지를 역사적 배경을 들어 설명했다. “21세기 신사임당은 재평가돼야 한다. 현모양처로 국한된 이미지를 벗고, 능력 있는 여자를 넘어 예술가로서의 신사임당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나로 알려진 허난설헌도 천재 시인으로 재발견됐다. 누군가의 딸, 아내, 어머니로만 불리던 조선시대, 허난설헌은 이름은 물론 자와 호까지 가지며 존중을 받았다고.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최고 시인으로 자라난 허난설헌은 장르를 넘나드는 문장력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설민석은 “예쁜 시만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분이었다”고 덧붙이기도.
그러나 허난설헌의 삶은 결혼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조선시대에 21세기 신 여성의 마음가짐을 가졌던 허난설헌은 남편의 질투와 보수적인 시댁의 가풍 속에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다고. 여기에 아이들과 친정 가족들까지 잃고, 허난설헌은 27살에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노사연은 “그 마음이 어땠을까. 난 하루도 못 살 것 같다” 울컥하며 가슴 아파했다.
천재성을 꽃피우지 못하고 떠난 허난설헌은 동생 허균에게 자신의 작품을 모두 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허균은 누이의 작품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 불태운 글들을 필사해 되살렸고, 허난설헌의 작품은 그후 중국, 일본에 넘어가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한다. 설민석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재평가돼야 하는 인물이다. 허난설헌을 검색해서 그녀의 작품을 읽고 그녀의 삶을 기억해주자”고 했다.
이에 방송 후 ‘허난설헌’, ‘어우동’, ‘신사임당’ 등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전현무 역시 방송 후 개인 SNS에 “과거 우리만 보지 못했던 그 소중한 빛을 저희들이 늦게나마 밝혀봅니다”라고 올려 그녀를 기억했다. 역사 예능의 순기능을 보여준 ‘선녀들’의 기획에 시청자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이윤희 기자 yuni@tvreport.co.kr /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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