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석재현 기자] 신규 예능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란 매우 어렵다. 단시간 내에 자신만의 색깔을 갖추고 어필함과 동시에 타 방송 프로그램들과의 숱한 견제를 견뎌내야 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부분 조기 종영 수순을 밟았다.
그런 의미에서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이하 ‘개훌륭’)는 놀라운 족적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11월 월요일 밤시간대에 편성될 당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훌륭하게 자리잡았다.
첫 방송부터 3달 간 ‘개훌륭’의 행보를 살펴봤다.
# 시청률 1.9% → 8%, 4배의 기적
‘개버지’ 이경규와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였던 ‘개훌륭’. 하지만 지난해 11월 4일 첫방송 당시 시청률(1.9%)은 주목도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반려견 경험이 전무한 이유비의 행동이 논란이 돼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4회 방송분까지 2~3%를 오가자 KBS는 5회 방영일인 12월 2일부터 편성시간대를 오후 11시에서 한 시간 앞당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편성 변경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변경 후 첫 방송분(12월 5일)은 4.3%로 1.9P 뛰어올랐다.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더니 지난 3일 방영분에는 8%에 도달했다. 이는 ‘개훌륭’ 자체 최고 시청률이며, 방송한 지 3달 만에 4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 KBS 2TV 평일 신규예능 중 가장 높은 기록
KBS 2TV는 지난해 10월 25일 ‘신상출시 편스토랑’을 시작으로 8부작 예능 ‘정해인의 걸어보고서’와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 파일럿에서 정규로 승격한 ‘스탠드 업’까지 공격적인 론칭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 ‘개훌륭’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평일 신규 예능 프로그램들 중 유일하게 시청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 화제성을 가늠할 수 있는 2049 타겟 시청률 또한 동시간대 예능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개훌륭’의 상승세는 현재 월요일 밤 예능 강자인 SBS ‘동상이몽 2’와의 격차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지난달 6일 방송만 하더라도 3.5% 차이를 보였으나, 한 주 만에 1.3%로 줄였다. 이후 다시 벌어졌으나, ‘개훌륭’은 지난 3일 방영분에서 0.9 포인트 차로 좁히며 ‘동상이몽 2’를 추격하고 있다.
# 상승 요인 : 편성 변경+비반려인도 아우르는 강형욱의 교육법
1.9%에서 8%까지 껑충 뛰어오른 요인이 무엇이었을까. 먼저, KBS 측의 편성시간 변경이 영향을 끼쳤다.
제작을 맡은 안소연 PD는 TV리포트에 “걱정이 많았다. 해당 시간대에 SBS ‘VIP’가 방영 중이었고, 후속작이 ‘낭만닥터 김사부 2’로 결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요즘 방송들이 방영시간을 앞당기는 추세이다보니 한 번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말했다.
반려견이 등장하는 다른 TV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콘셉트 또한 시청률 상승의 원동력이었다. 안 PD는 “대부분 반려인에 초점을 맞추고 연예인인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개훌륭’은 언제나 개가 주인공이다”며 “이를 바탕으로 반려견과 반려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경규와 이유비를 반려견 훈련사로 육성하는 포맷을 기본삼아 강형욱 훈련사의 폭넓고 깊은 훈육 과정을 더했다.
강형욱 훈련사는 반려견 보호자들의 잘못된 교육 방식을 지적하며 시청자들에게 경종을 알렸고, 매 회 공개되는 그의 교육법은 방영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져 교과서처럼 활용되고 있다.
안 PD는 “강형욱 씨가 항상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 알아야 할 ‘펫티켓’을 강조한다. 그래서 반려견과의 행동 수칙 및 교육이 매우 다양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자인 이경규, 이유비 씨가 가르침대로 반려견들에게 적용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진정성있게 담으려고 노력한 게 어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KBS, ‘개는 훌륭하다’ 방송화면 캡처, 그래픽= 계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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