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윤희 기자]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가 치열하고 당당하게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황혼과 청춘을 위로하며 행복한 엔딩을 선사했다. 특히 박인환과 송강이 함께 날아오르는 완벽한 결말로 용두용미 드라마를 만들었다.
드라마 ‘나빌레라’가 27일 12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한동화 감독의 사람 냄새 진하게 나는 따뜻하고 섬세한 연출, 이은미 작가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대본, 매회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배우들의 명연기로 호평 받았던 ‘나빌레라’는 안방극장을 감동으로 물들이며 ‘웰메이드 드라마’, ‘인생 드라마’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이에 12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수도권 기준 평균 4.0% 최고 5.3%를, 전국 기준 평균 3.7%, 최고 4.8%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또한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평균 1.5%, 최고 2.2%를, 전국 기준 평균 1.8%, 최고 2.6%를 기록,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 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제공)
‘나빌레라’ 최종회는 덕출(박인환 분)의 “날아올랐어?”라는 외침처럼 꿈의 무대에 함께 날아오른 덕출과 채록(송강 분)의 날갯짓이 깊은 감동을 안겼다. 특히 덕출이 알츠하이머 악화로 공연을 포기하려 하자 채록이 “할아버지 제가 약속했잖아요. 이제 할아버지 손 놓는 일 없을 거예요. 할아버지 완벽하지 않아도 할아버지 몸은 다 기억해요. 저 믿고 끝까지 해봐요”라며 용기를 북돋아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채록의 완벽한 신뢰 속 덕출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하고 싶었던 ‘백조의 호수’ 2인무를 완벽히 해내며 황혼 청춘의 꿈을 이뤄냈다. 특히 극 후반 “덕출아, 나중에 기억을 다 잃어도 이것만은 진짜 안 잊었으면 좋겠다. 심덕출 네가 발레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꿈이 있었다는 걸 잊지마”라며 자신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는 에필로그 장면은 가슴 깊이 간직한 꿈을 이루기 위해 첫 발걸음을 뗀 ‘제2의 심덕출’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처럼 tvN ‘나빌레라’는 전 연령대 시청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발판으로 ‘웰메이드 힐링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청률 수치를 넘어선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열광은 그 어떤 작품보다 돋보였고, SNS와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덕출 할아버지 자식들 연기까지 다들 심장을 저미네”, “할아버지 진짜 꿈 같다”, “덕출 할아버지는 끝까지 좋은 어른이시네”, “박인환 선생님 땀샘으로도 연기하시네”, “송강 발레복 진짜 비주얼 쇼크”, “덕출-채록 날아오르는 연출 완전 좋아” 등 다양한 찬사가 이어졌다.
‘나빌레라’ 감동의 중심에는 ‘국민배우’ 박인환과 나문희의 열연이 있었다. 박인환은 극중 나이 일흔에 어릴 적부터 가슴에 품고 있던 발레 꿈을 이루기 위해 인생 마지막 도전에 나선 ‘덕출’을 맡았다. 먼 발치에서 조심스럽게 발레를 따라 하는 박인환의 현실감 넘치는 열연과 뒤늦게 꽃피운 꿈을 실현하며 노년층에게 울림을 줬다. 나문희는 초반 남편의 발레 도전을 반신반의했지만 발레를 향한 그의 진심을 엿본 뒤 그가 날아오를 수 있게 든든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알츠하이머로 남편이 꿈을 포기하려 하자 그에게 지지 말라고 북돋아주는 아내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채록’으로 만개한 송강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 청춘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줬다. 특히 덕출이 마지막까지 날아오를 수 있게 곁을 지키고 이끌어주는 발레 스승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이에 잦은 부상과 매너리즘에 빠진 발레 유망주에서 일흔 제자의 꿈을 이뤄주고자 채찍질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참스승으로 성장, 시청자들은 ‘송강표 이채록’에게 박수로 화답했다.
‘나빌레라’는 그 동안 드라마에서 조명되지 않았던 황혼 청춘의 고민을 담았다. 늘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자신의 꿈을 포기했던 덕출의 용기와 꿈을 향해 도전하는 날갯짓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선사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사제듀오의 동반 성장으로 성장극의 진화를 보여줬다. 덕출은 발레와 현실 앞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채록에게 인생 스승으로 조언의 건네며 그의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고 외∙내면적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에 채록은 발레를 처음 배웠던 설렘의 순간을 간직한 채 진정한 발레리노로 성장했다.
또한 채록은 덕출이 발레를 포기하려는 순간마다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것’,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끊임없이 되새겨주며 옆에서 힘이 되어줬다. 이에 함께 할 때 더욱 든든하고,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었다.
‘나빌레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건 인생을 관통하는 명대사다. “저는 한 번도 하고 싶은 걸 해본 적이 없어요. 이제야 겨우 하고 싶은 걸 해보려고 하는 겁니다. 나도 잘 알아요. 내가 늙고 힘 없는 노인이라는 거 그래도 하고 싶어요. 져도 좋으니까 시작이라도 해보고 싶어요”(1회), “내가 살아보니까 삶은 딱 한번이더라. 두 번은 없어. 솔직히 반대 같은 건 별로 안 무서워. 진짜 무서운 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오거나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뭔지 기억나지도 않는 상황인 거지.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해. 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않으려고. 끝까지 한 번 해보려고”(3회), “다음은 있다, 채록아”(7회), “바보가 되어가는 이 머리가 아니라 채록이 네 말처럼 몸이 기억하도록 하루도 안 쉬었어”(10회), “날아올랐어?”(12회) 등 명대사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한동화 감독의 연출과 OST가 ‘나빌레라’의 감성을 극대화시켰다. 덕출이 채록의 독무를 보고 황홀경에 빠진 장면(1회), 흩날리는 싸락눈 아래 덕출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채록의 길거리 독무 장면(8회) 등 발레 사제듀오의 케미가 담긴 명장면에서 한동화 감독만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또한 샤이니 태민의 감미로운 보컬과 따뜻한 감성이 담긴 ‘My Day’, 소향의 짙은 음색과 완벽한 가창력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말’, 하현상의 ‘Heal You’ 등 가창곡이 공감대를 높였다. 특히 7회에서 최백호의 ‘바다 끝’이 흐르면서 덕출의 70년 인생을 되돌아보는 파노라마 엔딩은 시청자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되짚게 하며 ‘나빌레라’의 감동을 극대화시켰다.
현실적인 덕출의 가족 이야기를 몰입력 있게 풀어낸 배우들의 열연은 공감의 원동력이었다. 각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짚어내고 상처와 아픔을 표현한 배우들 덕분에 시청자들을 더욱 덕출 가족의 감정에 동기화할 수 있었다.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 때문에 누구보다 아버지의 발레 꿈을 반대했지만 “아버지가 아무리 나이 들어도 저한테 큰 산이에요”라는 고백처럼 아버지의 알츠하이머를 알게 된 뒤 자신의 인생 수비수로 활약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은 성산은 정해균이 깊이 있게 그려냈다.
김수진과 정희태는 부부의 오랜 세월마저 담아낸 연기를 선보인 가운데 “아버지가 말을 잃으면 내가 말을 가르치고 아버지가 글을 잃으면 내가 한글 가르쳐줄게”라며 효심을 드러내 안방극장을 눈물짓게 했다. 또한 조복래는 알츠하이머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은 아버지를 보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 마음의 성장을 이뤄냈다. 홍승희는 치열했던 삶을 뒤로하고 행복한 청춘의 순간을 찾기 위해 나선 사회초년생 은호로 열연, 청춘들에게 응원과 위로가 되는 등 각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배우들의 갓벽한 시너지가 극에 리얼리티를 더했다.
이윤희 기자 yuni@tvreport.co.kr / 사진=tvN ‘나빌레라’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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