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3인 3색 리얼 밥벌이 현장이 펼쳐졌다.
9일 오후 방송된 MBC ‘아무튼 출근!’에서는 기관사 심현민, 목수 이아진, 기자 남형도의 특별한 밥벌이 현장이 공개됐다.
이날 2002년생 병아리 목수 만 19세 이아진의 생생한 모습이 그려졌다. 3년차 목수인 그는 현재 경량 목조 주택 시공팀 막내로 일하고 있다. 호주 유학하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건축이 꿈이었다는 그는 “대학에서 원하는 스펙이 있어야 공부를 할 수 있더라. 이게 내가 원하는 꿈인가? 뭐하고 있지? 자괴감이 들었다”면서 현장에 뛰어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내 손으로 집을 짓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이아진은 “옷 스타일도 여성스러운 걸 좋아했었는데 목수 일을 하면서 신축성, 기능성 고려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MZ세대 답게 안전모에 자신을 표현하는 예쁜 꽃을 그려넣은 그는 “현장에 나가면 노가다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가 나를 먼저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패션도 신경쓰게 됐다”고 전했다.
딸보다 한 달 선배인 아빠 또한 목수. 이아진은 “원래 부모님이 회사를 다니셨다. 제가 유학가 있는 동안 세계 여행을 하셨고 한국으로 들어와 목수를 하게 되었다”면서 “원래는 저희 집을 짓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홉 번째 현장에서 척척 할 일을 해낸 이아진은 “여자인데 합판 드네? 라는 반응이 있었는데 ‘나도 목수하려면 당연히 들어야지’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리고 여자라서 우쭈쭈 해주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단단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장 팀 막내로 “춥고 배고프고 집에 가고 싶다”면서 솔직하고 귀엽게 감정을 드러낸 그는 선배들을 위해 직접 커피를 준비했다. 어릴 적 파스타, 피자 등을 좋아해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 탕 종류를 먹기 힘들었다고.
간식을 챙겨먹으며 발랄한 모습을 보여준 이아진은 “집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다. 그래서 ‘노가다’라는 단어 하나로 건축이 낮아지는 게 싫었다”면서 “목수는 프라이드 높은, 기술직이자 예술직이라고 생각한다. 목수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유리섬유 단열재’를 다루는 단열 작업이 가장 어렵다고 토로한 그는 “체력 소모가 크고 피부는 따갑다”면서 “대비책은 초코바를 더 챙기는 거”라고 밝혀 미소짓게 했다.
예전부터 목수 대우는 좋은 편. 하지만 이아진은 일원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스스로 1년간 무급으로 일했다고. 그는 “작년 8월부터 10만원씩 받다가 이번에 1만원 올랐다”면서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지난 주 프로 방송인 못지 않은 입담을 자랑했던 5년차 기관사 심현민의 밥벌이 현장도 그려졌다. 열차 타기 전 과정 중 특히 중요한 것은 화장실 들리기. 장시간 열차를 타고 있어야 해 필수 과정이라고.
한 평 남짓한 공간이 그의 사무실이 됐다. 열차는 자동 운전 시스템으로 운행 됐다. 홀로 일을 하던 그는 마주오는 열차 기관사와 손을 들어 인사했다. 이 행동에 대해 “정상적으로 운행 중인지 서로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무리하게 승하차 하는 승객을 모니터로 감지할 수 있다고 밝힌 신현민은 “객실 온도 민원이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근 시간 서울역 방면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바로 ‘9호선 환승을 위한 질주'”라고 전했다. 이어 마곡대교를 달리며 일출까지 감상, 지상에서의 상쾌함을 만끽했다.
종착역에 도착해 모든 승객의 하차를 확인한 심현민은 7분 안에 운전실 교환을 위해 질주했다. 바로 이어지는 반대편 운행, 그는 출근 시간 늦어진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수동 운전으로 전환했다. 지하철보다 지상 구간이 많은 공항철도 노선 중 그가 뽑은 베스트 뷰는 영종대교를 지나 영종역으로 향하는 3km의 긴 직선 구간.
오전 근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 그는 동료들과 점심 식사 후 모의 운전으로 사고 대비 능력을 익혔다. 오후 근무 중 내린 눈에 그는 “열차가 교행할 때 하얗게 선로가 쌓여있으면 촥 펼쳐지는 장면이 있다”면서 기관사만 볼 수 있는 풍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순항 중이던 밥벌이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물을 많이 마셔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는 상황이 된 것. 무전 보고 후 그는 빠른 속도로 서울역 기관사 전용 화장실에 달려갔다. 보통 화장실이 급하면 극한의 인내력으로 참지만 안 되는 경우 간이변기을 사용한다고.
그는 “급하면 매일 가지고 다니는 대변봉투를 깔고, 사람이 없는 터널에서 일을 본다. 개인적으로는 굴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두 번 사용해봤다. 장염 걸리면 큰 일 난다.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퇴근길 열차에서 들을 수 있는 기관사의 감성 멘트. 심현민 또한 묵직한 목소리로 승객들에게 용기를 전했다. 이를 보던 은행원 이소연은 “퇴근길 멘트를 듣고 눈물 흘린 적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심현민은 “회사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 칭찬의 글이 올라온 적도 있다”면서 “고과에 반영된다”고 강조했다.
오후 근무를 마치며 심현민은 “첫차, 막차, 주말 운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본다. 열심히 사시는 모습에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10년차 기자 남형도 체험 전문기자의 짠한 밥벌이 현장도 눈길을 끌었다. 언론인 구독자 수 1위에 빛나는 진정성 있는 기자. 그의 아침은 이슈 및 댓글 확인과 함께 시작됐다. 댓글은 제보 창구가 될 수 있어 확인한다고.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쳐 만든 ‘체헐리즘.’ 시작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치마 입기, 여성 속옷 입기, 경비원, 소방관, 환경미화원, 길냥이 아빠, 오리털 패딩 분해 등 100여가지 사회적 문제를 직접 체험해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생각해볼 이야기를 선사했다.
김구라는 “어떤 분은 개랑 1m 줄에 묶이는 체험을 했더라”고 말했고 남형도는 “그게 저”라고 밝혀 폭소케 했다. 이에 김구라는 “오늘 내가 만나고 싶은 분을 만났다”고 민망해했다.
남형도는 1년 전부터 생각했던 ‘1m 짧은 줄에 묶여사는 개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 인제의 한 시골로 향했다. 시골개 멍순이의 적극 구애에 금방 친해진 그는 옷이 찢어지는 사고와 추위에 점점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이를 안쓰럽게 본 주인 아주머니는 양말과 옷을 가져다주며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체험 2시간 이상이 지난 후 남 기자는 “추위는 예상했지만 내 세상이 1m 범위로 갇히니까 무료하고 지루했다. 주변도 계속 같은 풍경이라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심심해진 그는 멍순이와 산책을 나섰다. 그는 “걸으니까 살 것 같다. 걸어다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묶여있어보니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해가 지면서 기온은 점점 내려갔다. 남형도는 “영하 6도 이하가 되면 동물도 저체온증이나 동상에 걸릴 수 있다”면서 “멍순이 옆에 하루 종일 누군가 있어준 게 3년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닌가 싶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남 기자는 ‘체헐리즘'(현장)의 의미를 ‘공감’이라고 표현했다. “현장에 있었기에 멍순이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이런 삶이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가 지면서 7시간의 체험이 끝났다. 그는 “이번 체험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키우는 방식을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다. 묶여있는 개를 보면 ‘주기적인 산책’을 권유하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면서 천천히 이뤄질 변화를 기대했다.
남형도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기레기'(기자+쓰레기) ‘기더기'(기자+구더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는 남 기자는 “기사도 조회 수를 신경써야 하는 시대다. 자극적인 기사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다”면서 “‘멍순이 기사’가 1위 였다. 발로 뛰는 기사로도 1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자신만의 신념을 드러냈다.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방송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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