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tvN ‘호텔 델루나’에서 월령수에 묶여 생과 사의 흐름을 멈춰버린 장만월(이지은 분)의 시간을 흐르게 한 남자 구찬성(여진구 분).
구찬성은 백마 탄 왕자님도 아니었고, 오글거리는 달콤한 말을 건넨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진심이었고 만월을 향해 있었다.
3일 본 방송에 앞서 언제부터라고 콕 찍어 말할 순 없지만, 구찬성의 진심이 어느새 서서히 스며들어 마음에 콕 박힌 순간을 되짚어봤다.
#1. 당신이, 내 밤과 꿈을 다 잡아먹고 있다는 겁니다.
밤이 되면 떠돌이 귀신에게 그 화려한 실체를 드러내며 영업을 시작하는 델루나 호텔과 그곳의 지배인이 된 찬성. 안 그래도 근무지의 특수한 조건 때문에 밤낮이 바뀌어 피곤해 죽겠는데, 호텔에서 계속 같이 있었던 만월이 꿈속에까지 나타났다.
지난 3회, “당신이, 내 밤과 꿈을 다 잡아먹고 있다는 겁니다”라는 고백은 하루가 온통 만월로 가득 차 버린 그의 마음 그 자체였다.
#2. 내가 마음 쓰이는 쪽으로 밀고 들어온 걸 수도 있습니다.
지난 4회에서 “네 팔자 꼬이게 끌어들인 거 나는 별로 유감 아니야”라는 만월에게 “당신이 끌고 온 게 아니고, 내가 마음 쓰이는 쪽으로 밀고 들어온 걸 수도 있습니다”라던 찬성.
그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1회 말미, 원귀에게 위협을 당했던 만월을 구하기 위해 달려왔던 찬성에게 그는 “기회를 줄게. 도망가고 싶으면 가”라고 했다.
만월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한 찬성이 다친 사람을 두고 갈 수 없어 돌아왔다고 한들 그의 선택이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꼬인 운명 때문이 아닌, 찬성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흘렀을 뿐. 그 어느 고백보다 더 심장이 두근거렸던 이유는 그의 이와 같은 진정성 때문이었다.
#3. 호텔리어는 손님이랑 사적인 감정을 나누면 안 되거든요.
만월의 고목같은 마음에 잎이 돋아날수록 만월과 찬성이 마주해야 할 불안한 운명은 바로 언젠가 그는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은 건 만월.
그래서 “잘 들여다보고, 돌보다가 잘 보내봐”라고 했다. 찬성의 마지막 손님이 돼주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찬성은 확실히 했다. “호텔리어는 손님이랑 사적인 감정을 나누면 안 되거든요”라며, 만월은 자신에게 손님이 아니라고.
#4. 좋아할 것 같아서.
만월은 찬성이 여자친구랑 같이 있다는 사실이 신경 쓰였지만, 정작 그는 만월이 좋아하는 김준현을 쫓았다.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 여자가 김준현 씨 엄청 팬입니다”라며 꼼꼼히 인증샷까지 찍은 이유는 만월이 “좋아할 것 같아서”였다.
결국 아무리 밀어내고 부정하려 해도 진심으로 맑게 다가서는 찬성에게 만월의 지난 천 년의 시간이 통째로 흔들리고 말았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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