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재벌에 욕망과 복수….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어쩌다 운이 좋아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편성을 받은 줄 알았더니 웬 걸. 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흥미로운 전개와 등장인물들이 곳곳에 포진됐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SBS 새 수목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의 이야기다.
‘시크릿 부티크’는 강남 목욕탕 세신사에서 재벌인 데오가의 하녀로, 또 정·재계 비선 실세로 거듭나는 제니장(김선아 분)이 데오가 여제 자리를 노리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해 SBS 연기대상의 주인공인 김선아의 파격 비주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첫 회에선 고아원 출신 데오가의 하녀에서 강남 최고의 부티크인 J부티크 대표이자 정·재계 인맥의 비선 실세로 상류층의 두터운 신망을 받는 제니장(본명 장도영)과 권력, 욕망이 얽힌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첫 회를 보지 못한 기자들의 궁금증을 모아 답해봤다.
Q. 장르물, 복잡하고 어렵지 않아?
물론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게 장르물이 가진 한계다. 특히 ‘시크릿 부티크’는 첫 회에 많은 인물이 나와 혼란스러운 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외적인 모습, 대사 한 마디에서 인물의 성격과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주인공의 과거를 다룰 때 장면을 전환해 과거에 대한 설명에 시간을 할애하는 기존 드라마와 다르게 ‘시크릿 부티크’에선 짤막한 장면으로 훑는 기법을 취하는데 이는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냈다.
Q. 드라마 주요 시청자가 남성보단 여성이 우세하잖아. 장르까지 레이디스 누아르인 ‘시크릿 부티크’ 괜찮겠어?
김선아가 출연한 ‘품위있는 그녀'(2017)도 그랬고, 올해 초 센세이션을 일으킨 ‘sky캐슬’도 여성들이 끌어가는 드라마이지만 결과는 ‘초대박’이지 않았나. 레이디스 누아르 장르인 ‘시크릿 부티크’도 가능하다.
우선 ‘품위있는 그녀’와 ‘sky캐슬’의 공통점이기도 한 상류층의 세계를 다루는 점은 흥미를 끌 만했다. 극중 상류층의 화려한 의식주를 보며 대리만족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복수를 다루는 작품 대부분이 초·중반에선 주인공이 당하는 모습을 그리다가 후반부가 돼서야 ‘사이다 반격’을 보여준다면 ‘시크릿 부티크’는 첫 회 말미에서 선전포고를 해 쫄깃함을 선사했다.
김여옥(장미희 분)에게 버림받은 제니장이 “후회하실 겁니다. 저는 한 번도 져본 적 없습니다. 회장님”이라고 말하며 쿨하게 자리를 떠나는 장면이다. 제니장의 비범함이 첫 회 초반부터 곳곳에 깔린 터라 시청자들로 하여금 기대케 한다.
Q. 김선아의 대표작은 15년째 ‘내 이름은 김삼순’인데, ‘시크릿 부티크’가 갈아치울 수 있을 것 같아?
첫 회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할 때 살을 찌운 김선아가 ‘시크릿 부티크’에서는 극도로 슬림해진 비주얼을 감행, 역할을 위해 칼을 갈았다는 마음가짐은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 탄생’을 기대해볼 순 있겠다.
김선아는 강남 최고 부티크 대표를 표현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주얼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연기 또한 “기존의 김선아 이미지는 완벽히 지워달라”라고 한 연출자의 주문이 통했다.
창백한 피부, 속을 드러내지 않는 표정과 말투, 걸음걸이 어느 것 하나 기존의 ‘김선아스러운’ 모습은 없었다. 고작 첫 회이지만 이미 김선아가 아닌 제니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 사진=’시크릿 부티크’ 포스터,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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