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개그우먼 정선희가 남편이었던 배우 고(故) 안재환과 절친한 사이인 배우 고 최진실에 대한 기억을 12년 만에 꺼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살아야 했던 이유도 공개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에는 정선희가 출연했다. 이날 정선희는 김수미의 질문에 12년 전의 기억을 꺼냈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여전히 고통으로 남은 또렷한 기억이었다.
정선희는 지난 2008년 안재환과 최진실을 잃었다. 안재현과 최진실 모두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 연예계를 충격과 슬픔으로 물들였다.
정선희는 안재환 언급에 “(세상을 떠난 지) 12년 됐다. 힘든 감정이 오래가더라. 지금도 잊히진 않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연애 시절부터 돈 문제 때문에 불안했다는 그는 “그런데 정말 사랑했다. 제 오만이라면 오만인데,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며 “금전적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착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선희는 “그런데 나중에 그런 식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마지막 모습이 좋지 않은 얼굴이었다”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최진실의 자녀인 환희와 준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철이 빨리 들어서 마음이 아프다. 애들이 저보다 더 어른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정선희는 빠르게 복귀했던 이유도 공개했다. 사건 이후 7개월 만에 라디오로 복귀한 것. 정선희는 “빚을 많이 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제가 너무 위험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악플 때문에도 힘들었다는 그는 “사람들 얘기를 보면 내가 괴물이었다. 모두가 제가 죽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며 ‘무섭다’라는 악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웃고 얘기하는 것도 무섭다더라. 일종의 용의 선상에서 저를 보는 시선과 루머들이 있었다. 그렇게까지 심하게 저를 오해할 거란 생각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중의 관심은 줄어들었고, 정선희는 버려졌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사람들이 멋대로 절 오해했는데, 이젠 폐기처분 됐구나 싶더라. 우울감이 증폭됐고, 정말 죽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약도 먹고 저를 해치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지만, 가족들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정선희는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변기에 버려진 약을 보고,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니 너무 무섭더라. 그래서 그때 남편을 용서했다. 이랬겠다 싶은 마음이 들더라”라고 고백했다.
또 “(빚 때문에) 집이 경매에 넘어갔는데 하루 만에 동료들이 돈을 모아서 도와줬을 때 ‘살아야 겠구나’라는 책임감이 생겼다”면서 “정말 죽고 싶을 땐 통장을 봤다. 그러면 막 비극으로 치닫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수미는 “사실 당시 네가 복귀가 될까. 배우도 아니고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개그우먼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복귀했을 때 너무 반가웠다. 신은 인간이 견딜 만큼의 고통을 준대”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정선희는 “지금은 지났으니까 괜찮지만, ‘신은 인간이 견딜 만큼의 고통을 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제일 싫었다. ‘힘내요’란 말도 싫었다”라면서 김영철에게서 받은 위로로 인해 웃어버린 일화부터 무서운 선배 이성미로부터 받은 묵직한 전화 한 통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 뭉클함을 자아냈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 사진=’밥은 먹고 다니냐?’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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