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혜미 기자] 남편의 외도로 인한 이혼. 믿었던 동생의 배신. 가슴에 묻은 딸. 가수 박재란이 한 많은 83년 인생사를 돌아봤다.
12일 방송된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선 박재란의 인생사가 공개됐다.
지난 1961년 ‘럭키 모닝’으로 데뷔한 박재란은 시대를 풍미한 명가수다. 빼어난 미모로 앙드레 김의 뮤즈로도 활동했으나 그의 삶은 고됐다.
최고의 자리에서 결혼을 발표했던 박재란은 “아내로서의 역할을 못했다. 달콤하게 연애했지만 결혼 후에는 너무 바쁘게 일하다 보니 부부간의 만남과 가족의 화목이 우선순위에서 제외됐다. 난 돈만 벌었다”며 지난 결혼생활을 회상했다.
그는 “전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빚을 크게 졌다. 그래서 더 돈만 벌었다. 그랬는데도 빚을 다 못 갚았다. 집 두 채를 팔고 전셋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래도 아이가 둘이나 있으니까 끝까지 살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나 외도는 인내할 수 없는 것. 박재란은 “전 남편이 다방 마담과 홍콩으로 도망가려고 비자까지 받아둔 거다. 거기서 이혼 결정을 내렸다. 남편이 내 앞에 무릎을 꿇더라.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이혼 비화를 전했다.
이혼 충격에 입원치료까지 받았던 박재란은 홀로 미국행을 감행했다. 두 딸을 데려가려고 했지만 전 남편이 막았다고. 박재란은 “내가 딸들을 만날 수 없도록 차단했다. 나를 많이 아프게 했다”고 쓰게 말했다.
그러나 도망치듯 떠난 미국에서도 박재란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의지하던 동생에게 사기를 당해 무려 10억을 날린 것. 박재란은 “그게 1970년대일이다.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다. 되는 게 없으니까. 살면 뭐하나 싶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귀국 후엔 딸 박성신과 15년 만에 재회하나 곧 그를 가슴에 묻는 아픔을 겪었다. 박성신은 1990년대 활동한 가수로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났다.
박재란은 “대전에서 사위한테 전화가 왔다. 갑자기 쓰러져 떠났다고. 내가 장례식장에서 기절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모든 장례절차가 끝난 뒤였다고.
그는 “하루는 막 비가 쏟아지는데 딸이 너무 보고 싶은 거다. ‘성신아’ 하면서 딸 이름을 불렀다. 누군가 ‘엄마, 울지 마. 나 여기 정말 좋고 행복해’라 하는 것 같더라. 그게 가슴으로 전해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박재란은 “세월은 약이라고 나보다 가슴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도 많을 거다. 그것을 끝까지 알고 가면 내가 못 산다. 왜 딸이 안 보고 싶겠나. 아픈 건 빨리 잊으려고 한다. 현실에 충실하며 살아야 한다”며 제2의 인생을 위한 의지를 보였다.
이혜미 기자 gpai@tvreport.co.kr / 사진 = ‘인생다큐 마이웨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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