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이혼을 소재로 하지만 막장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는 자식 농사의 고달픔과 함께 여러 인간 군상을 유쾌하고 애틋하게 담아냈다.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얘기다.
지난 28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제목 그대로 ‘한 번 다녀온’, 이혼한 네 자녀를 둔 송영달(천호진 분) 장옥분(차화연 분) 집 이야길 그린 드라마다.
29일 방송된 ‘한 번 다녀왔습니다’ 3회, 4회는 이혼이 소재로 등장하지만 그 흔한 막장은 없는 매력을 드러냈다. 대신, 각 세대의 고민와 아픔을 과장되지 않은 캐릭터와 설정으로 풀어냈다.
첫 주 방송을 보지 못한 동료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 대해 보다 자세히 얘기해보고자 한다.
Q. 이혼한 네 자녀를 그린 주말드라마라니. 왠지 빤한 느낌인데?
빤한 듯 빤하지 않다. 네 자녀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이혼, 혹은 이혼할 위기에 처했다. 이혼 후 모습도 제 각각이다.
빚을 져 이혼한 송준선(오대환 분), 전직 스튜어디스지만 이혼 후 경력단절녀가 된 송가희(오윤아 분), 유산 후 남편 윤규진(이상엽 분)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송나희(이민정 분), 행정고시 합격 후 바람 피운 남자친구와 파혼하고 정직원이 되겠다고 결심한 막내 송다희(이초희 분)까지.
단순히 ‘이혼’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닌, 이를 대하는 여러 인간 군상에 주목한다.
결혼하기도 전에 남의 집에서 설거지를 했을 딸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는 엄마의 눈물, “다 지나간다”라며 눈물을 참고 파혼한 딸을 위로하는 아빠, “이혼하니 더는 미워하지 않아도 돼 좋더라”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전 부인.
이혼을 겪고, 마주하고, 지나온 이들의 모습을 통해 가족, 사랑, 편견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Q. 배우들 연기는 어때?
천호진은 역시 천호진이다. 파혼한 딸에게 애써 눈물을 삼키며 “살다 보면 웃을 일도, 울 일도 생긴다. 울 일 좀 생기면 어때. 네 옆에는 엄마, 아빠, 언니, 오빠도 있는데”라고 위로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자식들의 연이은 이혼에 내내 울고 호통쳐야 했던 장옥분 역의 차화연은 단단한 내공으로 캐릭터를 현실감 넘치게 표현했다. 자칫 과할 수 있는 캐릭터를 안정감 있게 연기했다.
이민정은 초반 다소 과장된 연기를 보이는 듯 했으나, 이날 후반부 본격 감정 연기를 드러내며 제 역할을 다했다. 언제나 맞는 말만 하는 듯 똑부러지지만, 뒤로는 슬픔을 홀로 삭이는 다채로운 얼굴의 캐릭터를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Q. 이 드라마 누가 보면 좋을까?
주말드라마는 주로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지만,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여러 세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자식들 남의 집 자식들보다 못나지도, 잘나지도 않았어. 운이 나빴을 뿐이야”, “다 지나간다. 인생 길다. 시간이 지나면 별일도 별일이 아닌 게 된다” 등 송영달과 장옥분의 대사는 부모 세대, 자식 세대 모두를 울린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KBS 2TV ‘한 번 다녀왔습니다’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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